[스타포텐] ‘스타킹’ 뮤지컬킹 SNS스타 ‘라엘’, 24가지의 힐링 보이스

무대 위에서 24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7월 29일 방송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의 오디션 특집 ‘뮤지컬킹’에서 영화 ‘레미제라블’ OST ‘원데이모어’를 1인 24역으로 소화한 가수 ‘라엘(Ra.L)’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영화 속 주인공 장발장은 물론, 사랑에 빠진 마리우스와 코제트,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에포닌, 악역인 자베르 경위, 탐욕적인 테나르디에 부부 등 24명에 달하는 각 인물들의 심정을 그들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지난해 유튜브에 게재한 ‘레미제라블’ 커버 영상이 그녀를 무대로 이끈 것이다. 라엘은 지난해 12월 JTBC ‘히든싱어2’의 가수 김윤아 편에 출연해 ‘가스펠 김윤아’로 주목받았다. 3월에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영화 ‘겨울왕국’ OST 메들리를 불러 이름을 알렸다. 이어 기획부터 진행까지 혼자 도맡은 단독 미니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더니 ‘스타킹’에서 남다른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동시에 입증하며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현재 새 앨범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는 라엘. 그녀가 범상치 않은 연기력과 24가지의 목소리를 갖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스타포텐] ‘스타킹’ 뮤지컬킹 SNS스타 ‘라엘’, 24가지의 힐링 보이스


#포텐 1. ‘히든싱어’부터 ‘스타킹’까지 놀랜 1인 24역의 주인공 ‘라엘’


“어찌나 떨렸던지... 긴장을 많이 했어요. 강호동 선배님이나 심사위원 분들이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오랫동안 꿈꿨던 뮤지컬에 도전해볼 수 있어서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스타킹’의 ‘뮤지컬킹’ 편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도전이 그려졌다. 현역에서 뮤지컬을 하고 있거나 성악을 전공한 참가자까지. 그 쟁쟁한 전문가들 속에서도 무대를 장악했던 ‘라엘’을 만났다. 방송에서 보였던 패기 넘치는 모습과 달리 선글라스를 벗자 약간의 낯가림과 수줍음이 엿보였다.

“제가 보기보다 조금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조금 지나면 아시겠지만 금세 털털해져요.(하하)”


틈틈이 인터넷에 커버곡 영상을 올리던 라엘은 어느날 한 팬의 신청곡을 받게 됐다. ‘레미제라블’의 ‘원데이모어’ 자료를 찾던 중 한 남성이 여자 목소리까지 구사하며 ‘레미제라블’ 속 9가지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열창한 영상을 보게 됐다. 라엘은 자극받았다.

“좀 더 욕심냈죠. 어렸을 때 가수 말고도 뮤지컬 배우나 성우가 꿈이었거든요. 사실 배역에 맞게 분장도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코믹 영상 될까봐... 안 하기 잘했죠?(하하) ‘레미제라블’은 워낙 좋아하는 영화여서 캐릭터 별로 노래 연습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고, 부르고, 편집하고... 영상 제작이란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오래된 노트북 탓을 하고 싶지만...(하하) 편집만 몇 주가 걸렸는데 만들고 보니 너무 뿌듯했어요.”

라엘은 찬양곡 CCM 앨범으로 데뷔해 이후 자작곡으로 채운 싱글 앨범을 선보였다. 지난 2010년 데뷔 앨범 ‘GOD IS ABLE’ 발매 후 2013년 ‘Fallin’, 지난 2월 ‘여길봐요 BABY’를 연이어 공개했다. 그녀의 곡에는 모두 자신의 진솔한 생각과 세상을 향한 감성적인 시선들이 녹아있다.

“자작곡 중에 찬양곡이 많았어요. 다행히 당시 소속사 대표님이 제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셔서 CCM 곡들로 구성한 데뷔 앨범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제가 만들고 부른 첫 앨범을 하나님한테 제일 먼저 들려드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여러 장르의 곡을 두루 다룰 줄 아는 크로스오버적인 가수가 되고 싶어요. ‘한 우물만 파라’는 말도 있지만, 저만의 틀을 갖추기보다 다양한 색깔을 가지려고요.”

라엘의 무대 데뷔는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첫 방송 출연이었던 지난 ‘히든싱어2’ 당시 최종 4라운드 중 3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한 라엘은 ‘가스펠 김윤아’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녹화 전 날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목소리가 쉬었어요. 첫 라운드에서 1표 차로 떨어질 뻔해서 더 긴장됐던 것 같아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킬힐을 신고 갔었거든요. 좁은 부스 안에 장시간 서 있으려니 몸이 잔뜩 긴장했죠. 평소에 너무 좋아했던 김윤아 선배님이랑 함께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에 흥분도 됐고요.”

라엘의 감성 보이스는 ‘히든싱어’의 좁은 부스 안에서도 가능성의 빛을 발하기에 충분했다.

“‘라엘’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빛을 내뿜는 자’라는 의미예요. 이름처럼 제 음악으로 좋은 빛, 좋은 영향을 주는 ‘힐링 가수’가 되고 싶어요.”
[스타포텐] ‘스타킹’ 뮤지컬킹 SNS스타 ‘라엘’, 24가지의 힐링 보이스


#포텐 2. 라엘에게 ‘반항’이란 ‘꿈’의 또 다른 표현


라엘이 ‘힐링 가수’를 꿈꾸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라엘은 ‘반항아’였다. 중, 고등학교 때 누구나 겪는 사춘기 시절, 그녀는 어두웠다. 사춘기 소녀의 웃음을 앗아가는 것은 너무나 많았고, 눈물을 안기는 것들 역시 많았다. 라엘은 아직도 그 때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며 말을 아꼈지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힘든 일이 겹겹이 닥쳤어요. 갑자기 가정 형편이 안 좋아져서 가족들이 뿔뿔이 달동네로 흩어졌고, 저랑 제 동생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됐어요.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죠. 동생은 돌봐야 하고, 할머니도 힘든데 차마 기댈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학교가 강남 압구정에 있어서 저는 늘 창피했던 것 같아요. 버스를 타고 달동네에서 학교까지 통학을 했는데 혹시 친구들이 알아볼까봐 항상 조심했어요. 일부러 집 앞보다 몇 정거장 더 지난 번화가에 내려 집까지 걸어오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지만, 그 때는 제게 암흑기였어요.”

학교,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에 이유 없이 반항했고, 변화와 행동을 강요받는 게 싫었던 라엘.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던 당시를 라엘은 ‘어두웠던 계절’이라 칭했다. 어둠은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왜 자꾸만 내게 이런 일이...’라는 심정이었죠.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때 신앙이 생겼고, 매주 교회를 다니면서 선교, 봉사활동을 했어요. 찬양곡도 많이 불렀어요.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였는지 찬양곡을 부르는 게 너무 좋았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위로 받고, 곡을 들으면서 치료 받는 기분... 음악으로부터 웃음을 다시 찾은 듯 했죠.”

웃음이 돌아오자 꿈도 찾아왔다. 라엘은 고 3때 진로를 ‘음악’으로 결정했다. 남들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듯 대학 역시 실용음악과에 진학했고, 소속사 오디션을 봤다. 이때 그녀의 반항기는 다시 시작됐다. 사춘기 시절과 달리 20대 중반의 라엘이 반항을 한 대상은 사회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음악 공부도 하고 싶고, 미술에도 관심이 있었고...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제대로 되고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소속사가 없던 2년간 부산에서 지내며 방황을 많이 했어요. 20대 중반... 내 나이쯤이면 응당 돼 있어야 하는 것들과 남들이 이뤄놓은 것과의 비교... 자학도 많이 했고 스스로 많이 의기소침했죠.”

그러던 중 라엘은 우연히 유튜브 영상 속 SNS 스타들을 보게 됐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비로소 넓어졌다. 팬들과 소통하고, 소속사에 의존하거나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꿈을 향해 노력하는 SNS 스타들의 모습에 감동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라엘은 다시금 바빠졌다. 어쩌면 그녀에게 찾아온 ‘반항’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스타포텐] ‘스타킹’ 뮤지컬킹 SNS스타 ‘라엘’, 24가지의 힐링 보이스


#포텐 3. ‘힐링 가수’를 꿈꾸는 아티스트 소녀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라엘의 어머니는 지난 3년 여간 딸의 매니저 일을 자처했다. 조용히 한 켠을 지키고 있던 그녀의 어머니가 인터뷰 말미, 딸에 대해 투정어린 칭찬을 늘어놨다.

“라엘이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했어요. 주변 사람들 흉내도 곧잘 내서 어른들이 혀를 내둘렀으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크면 성우나 개그맨이 되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지요. 가수를 한다기에 처음에는 남편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생각해서 응원해 줬지요. 그런데 지금은 아주 ‘상전’이에요.” (라엘 어머니)

어머니는 계속해서 폭로를 이어갔다.

“지금은 새 음반 준비도 하고, 이제 제가 안 도와줘도 될 것 같아서 속이 시원섭섭하지요. 워낙 라엘이 고집이 세서 힘들었거든요. 많이 다투기도 하고요. 특히 의상 고를 때는 서로 촌스럽다고 싸운다니까요. 저는 조금 불편해도 멋진 옷을 입히고 싶은데 라엘은 편한 옷만 입으려고 하니까요. 어휴... 가끔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지만 아티스트라면 자기 고집은 있어야지요?(호호)” (라엘 어머니)

얼굴이 빨개지는 라엘. 조금 전까지 ‘아티스트’가 되기를 고집했던 라엘은 집에서는 듬직하지만 애교는 부족한, 속마음은 여리지만 자기주장은 강한 딸이다. 이러한 라엘과 언니처럼 가수의 꿈을 꾸고 있는 작은딸 ‘나오미’ 두 자매는 현재 라디오 방송 cts라디오joy ‘라엘&나오미의 숨은보석찾기’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집에서 기독교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비록 짧지만 좋은 이야기, 좋은 노래를 들려드린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라는 것도 행복하고요. 라디오 진행, TV 출연... 아직 젊지만 나이가 들수록 기회도 늘어나는 것 같고,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에요. 재미있어요. 저의 ‘서른 살’이 기대 되요.”

올가을, 라엘은 싱어송라이터의 선율과 아티스트의 감성을 녹인 4번째 싱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지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꿈은 머지않아 이뤄질 듯하다.

“제 나이 즈음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그때 그때 앨범에 담으려고요. 그래서 저와 팬들 모두 나중에 제 앨범을 쭉 훑어보면 ‘이때는 이런 일들이 있었고, 이런 생각을 했지~’라고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여자 ‘라엘’의 스타포텐은 ‘힐링 감성’ 이다.

<사진=젤리몬즈 스튜디오, SBS ‘스타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