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머니투데이 DB |
◆PB상품 매출 7년 만에 5배 성장
대형마트들이 PB상품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형마트 3사의 PB상품 매출액은 10조원에 달한다. 지난 2006년 불과 1조7000억원 정도였던 것이 지난해 5배가량 늘어난 것. 이마트의 경우 PB상품 매출은 지난 2006년 4500억원에서 2013년에는 3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PB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NB상품(제조업체브랜드·National Brand)보다 평균 20%, 최대 50% 저렴하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은 유통과정의 마진을 줄인 데서 나온다. NB상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의 경우 마트 입점수수료 및 마케팅비용, 물류비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PB상품이 NB제품 판매량을 뛰어넘는 기현상도 속속 발생된다. 지난 5월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2013년 9월~2014년 3월) '홈플러스좋은상품 1A 우유'(1L·636만개)가 우유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NB상품(1L, 503만개)보다도 26.4%나 많았다.
당초 대형마트들은 PB상품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했지만 최근 들어선 품질을 높이면서도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 식품과 생필품 제품군에서 벗어나 건강식품과 분유까지 출시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기존 분유업계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시장 중 하나인 분유시장에서 PB제품이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저가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분유시장에서 PB분유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이마트가 파스퇴르와 손잡고 지난달 출시한 PB분유 판매수량은 출시 열흘 만에 2500통을 넘어섰다. 이는 현재 분유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양 XO 판매량의 3분의 1수준이다.
PB분유의 성공에 대해 유통업계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물질 혼입이나 표시 불량 등 눈속임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 |
/사진=머니투데이 DB |
◆여전한 갑질에 제조사는 '울상'
그렇다면 현재 PB상품의 품질은 얼마나 향상됐을까. 최근엔 원재료 함량 미달이나 표시불량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물질 혼입이나 인기상품을 그대로 베낀 '미투상품' 논란은 여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형마트 PB제품 식품 관련 이물신고·수거부적합 현황'(2010~2012)에 따르면 이물질이 발견되는 건수는 2010년 81건, 2011년 64건, 2012년 22건으로 3년간 총 167건이 발생했다.
특히 홈플러스 PB상품에서는 벌레나 손톱 등 이물질 신고 사례가 총 81건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호되게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이마트 PB상품에선 곰팡이가, 롯데마트 PB상품에서는 금속, 탄화물 등이 발견됐다.
도넘은 베끼기 상품 판매도 여전하다. 상당수의 PB상품은 상품명부터 포장디자인까지 유사해 얼핏보면 NB상품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예를 들어 이마트 PB상품인 ‘야채케찹’(295g,1440원)은 오뚜기에서 출시한 ‘과일과야채케찹’(280g,1200원)과 흡사하다. 최근엔 메이저 제조사들도 PB상품에 OEM으로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오뚜기 제품으로 착각이 들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원재료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오뚜기 제품의 경우 토마토페이스트 32.2g, 양파 23g을 사용한다면 이마트는 각각 31g, 8g을 함유했다.
롯데마트의 PB상품인 통큰초코파이(1254g, 5000원)도 대표적인 미투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초코파이류 업계 1위인 오리온 초코파이(945g, 8640원)와 가격과 중량차가 커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자사의 대표 제품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사용됐음에도 불구, 제조사들은 상표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수퍼갑인 대형마트에 밉보였다간 판매 진열대에서 구석코너로 밀려나거나 심지어 입점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우려되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제조사들도 유통망이 미비한 경우가 많아 대형마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대형 제조사들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중소 제조사의 경우엔 주력상품을 도용당하면 PB상품의 저가공세로 고사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도용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롯데마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롯데마트는 자체 개발한 신메뉴라며 ‘오징어통마리튀김’를 출시, 홍보에 나섰다.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라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문제는 이 제품이 한 중소외식업체의 제품(오짱)과 장방식이나 튀김모양, 튀김옷, 심지어 포장용기 무니의 크기와 위치까지 거의 모든 점이 동일한 베끼기 제품이란 점이다.
더욱이 롯데마트는 6000원이 조금 넘는 오짱의 가격보다 절반가량 깎은 3800원의 가격으로 오징어통마리튀김을 판매했다. 다행히 이 중소업체는 제품 관련 특허를 미리 출원했기 때문에 롯데마트와 극적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의 절대적 지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PB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사에게 납품단가를 낮추도록 압박하는 일도 허다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PB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사 입장에선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마진이 크지 않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유통업체에게 PB상품 확대는 중요한 성장전략 중 하나다. 그러나 베끼기나 도넘은 단가압박 등이 유통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