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 전문점이 웰빙 키워드로 대중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할 무렵 남다른 행보를 보인 곳이 있다.

(주)온누리푸드시스템이 론칭한 <온누리장작구이>는 기존 오리고깃집과 달리 먹을거리, 볼거리, 쉴 거리가 있는 음식점으로 콘셉트화에 성공했다. 1호 매장인 6611.57m2(2000평)의 팔당본점은 평일에 1500명, 주말에 4000~5000명이 찾는 고기 명가가 되었다.

◇ 맛과 레어 아이템, 두 가지를 충족하는 훈제 오리고기

<온누리장작구이> 팔당본점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대교 근처에 있다. 하남과 남양주의 경계를 나누는 한강변이 현 음식점 자리다. 음식점 주변은 허허벌판이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서울에서 경기 양평 가는 길목인 이곳에서 보이는 것은 한강 위로 솟은 팔당대교. 팔당대교를 넘으면 경기도 하남시가, 하남시를 넘으면 서울 강동, 송파, 강남으로도 연결된다.

<온누리장작구이>는 인근의 남양주 거주민뿐만 아니라 하남시 거주민, 타깃을 더 확장해 강동, 송파, 강남 거주민까지 끌어들일 아이템이 필요했다. 특히 이동거리를 감안해 자동차 기름값을 감수하며 찾을 만큼 음식의 퀄리티가 좋아야 했다.
여기에 레어 아이템일수록 방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유념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메뉴를 개발했다. <온누리장작구이>가 내놓은 것은 다름아닌 훈제오리고기였다.


2006년 오픈 당시 훈제오리고기는 획기적인 메뉴였다. 대부분 생오리를 내놓는 오리고깃집이 많았기 때문이다. 맛을 구현하는 데만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은 ‘가마’와 ‘훈제·훈연의 적정 시간’이었다. 시중에 있는 가마로는 <온누리장작구이>가 구상하는 맛을 현실화하기 어려웠다. 결국 직접 개발에 나섰다.

현재 <온누리장작구이>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특허받은 가마에서 고기를 굽는다. 본사에서 공급받은 1차 훈제한 오리고기를 가마에서 2차로 훈제한다. 이때 기름양을 조절하면서 참숯 향을 입히는 가공작업이 함께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고기를 돌리는 노하우다.

고열의 가마에서 적정 시간 내 기름양을 적당하게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름을 너무 빼면 육질이 질기고 훈연 시간이 길면 고기에서 쓴맛이 난다. 따라서 전문화된 인력을 고용해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가마만 전담하는 기술자가 총 4명이다.


경력이 최고 7년에서 최소 3~4년이다. 훈제 작업 시, 가마 안이 뿌옇게 될 정도로 연기가 가득하지만 미리 구워내지 않는다. 신선하게 제공한다는 방침에 따라 30분 간격으로 손님 수를 확인해 양을 조절하고 있다. 하루 굽는 오리고기가 최대 800마리다.

<온누리장작구이>의 훈제 오리고기는 부드러운 육질과 쫄깃한 식감, 참나무 향을 입혀 은은한 향이 난다. 이 맛으로 팔당본점은 맛집으로 등극했다.

오픈 초반 하루에 몇십만원 매출을 올리던 고깃집이 6개월 만에 입소문이 났고, 훈제 오리 바비큐가 붐을 일으키던 2009년에는 대박이 터졌다. 현재 <온누리장작구이>는 전국 30개 가맹점을 둔 고깃집으로 성장했다.

◇ 반찬으로 느끼함 덜고, 삼겹살로 대중 방문 문턱 낮추고

훈제를 두 번 한다 해도 오리고기 특유의 느끼함은 남기 마련이다. <온누리장작구이>는 각기 다른 맛의 반찬으로 느끼함을 낮췄다. 상에는 백김치, 보쌈용 무김치, 양파 고추 장아찌, 상추쌈 등이 나온다.

백김치는 <온누리장작구이>가 가장 좋은 궁합으로 꼽는 반찬이다. 숙성 김치의 시큼한 맛이 기름진 오리고기를 중화시킨다. 아삭한 식감도 있어 씹는 맛이 있다. 양파 고추 장아찌는 식초의 신맛과 간장 양념의 짠맛이 기름진 맛을 상쇄한다.

보쌈용 무김치는 다른 반찬과 달리 매운맛으로 느끼함을 낮춘다. 무말랭이처럼 약간 마른 상태인 무를 고춧가루의 맵고 텁텁한 맛으로 버무려냈다. 고깃집 상차림의 기본 요소인 상추쌈도 무겁고 느끼한 오리 고기의 맛을 잡는다. 이러한 구성은 훈제한 돼지고기 메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온누리장작구이>는 오리고기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메뉴 수가 더 많다. 삼겹살, 목살, 떡갈비 등을 보강한 것은 대중적인 돼지고기로 다양한 손님을 유입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돼지고기에도 훈제 오리고기만큼의 퀄리티를 구현할 필요가 있었다. 오리고기처럼 돼지고기도 가마에서 2차 훈제 작업을 거치고 기름 조절과 훈연 정도를 연구해 매뉴얼을 마련했다.

30분 간격으로 굽는 것도 동일하다. 그 결과 ‘삼겹살장작구이’는 마니아를 둘 정도로 인기 메뉴가 됐다. 특히 오리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주로 찾는다.

돼지고기 메뉴를 보강하면서 파생된 마케팅 효과가 생겼다. 삼겹살 반과 오리고기 반을 구성한 ‘모듬장작구이-A(오리 375g 삼겹살 225g 3만5000원)’는 주로 가족 단위 고객이 찾는다. 두 가지 고기를 접시 하나에 서브해 어린이와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오리고기를 먹게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돼지고기 메뉴가 시그니처 메뉴를 홍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면서도 대중의 방문 문턱을 낮추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 원재료비 높여 푸짐하게 먹을거리 제공

<온누리장작구이>는 푸짐하게 음식을 제공해 고객 만족으로 연결하고 있다. 우선 바비큐를 주문하면 제일 먼저 참숯 화로가 나온다. 이때 참숯 화로에 은박지로 싼 생고구마를 넣어 제공한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고구마도 같이 익는다. 고구마는 식후 디저트로 먹거나 포장해 가져갈 수 있다.

서비스 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온누리장작구이>는 전 메뉴 주문 시, 개인마다 잔치국수를 제공한다. 무료로 리필이 가능하다. 세 달 전까지는 2인 분량의 오리전골도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8년간 가격 변동 없이 바비큐 메뉴와 무료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다 오리전골 가격을 3000원에 책정하면서 바비큐 메뉴의 가격도 2000원 인상했다.

그래도 오리장작구이 750g을 4만3000원에, 삼겹살 장작구이 450g을 2만6000원에 지불하면서 고구마, 잔치국수 등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점은 손님 입장에서 분명 가성비 높은 지출이다.

허인행 부사장은 <온누리장작구이>가 푸짐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도 단 한 차례만 가격을 올린 데 대해 “철저하게 박리다매를 고수했고, 강가와 산 아래에 음식점을 열어 임차료 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대신 원재료에 비용을 더 투자해 손님에게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 자연 환경 활용한 휴식공간이 차별화 포인트

<온누리장작구이>가 있는 한강변은 유원지 시설이 있는 서울 한강 둔치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주변이 풀로 가득한 들이다. <온누리장작구이>는 자연환경을 고려해 음식점은 물론 주변 시설을 나무와 황토 마감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음식점에서 한강변으로 연결되는 길을 산책 코스로 꾸며 고객이 자연에서 쉴 수 있도록 했다.

음식점 앞마당은 짚을 얹은 원두막과 나무 테이블을 만들어 쉼터로 꾸몄다. 앞마당에서는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결합한 이벤트 행사를 연다. 시간대별 뻥튀기 기계를 돌려 “뻥이요”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 과자를 나눠주고, 참나무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 제공한다.

이벤트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는 모두 무료로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어른에게는 향수를, 어린아이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주변 환경을 활용해 쉼터를 제공하는 <온누리장작구이>는 단순히 음식만 먹고 일어서는 고깃집과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이를 특화하기 위해 신관 옆에 카페를 만들어 아이들은 음식점 앞마당에서, 부모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공간을 나누었다.

따라서 주말에 방문하는 손님은 <온누리장작구이>를 단순히 음식만을 먹기 위해 찾지 않는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충분히 자연을 만끽하는 쉼터이자,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놀이를 체험하고, 이벤트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옛 정서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문화장소로 이곳을 찾는다.

<온누리장작구이>는 교외의 고깃집이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