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활 5년차인 최유미씨(28). 요즘 대형마트를 찾을 때마다 ‘물난리’를 실감한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사먹는 물을 골라 카트 안에 담기까지 5초가 채 안 걸렸지만, 이제는 판매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겨우 고르게 된 것. 많아진 생수브랜드에 천차만별 가격, 여기에 저마다 다른 디자인과 성분, 수원지를 내세우며 맛에 대한 자부심까지 남다르니 ‘멘붕’이 올 수밖에. 최씨는 “물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브랜드가 많아지니 생수 고르는 게 일이 돼버렸다”며 “뭐가 좋은 건지 애매해서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날 물로 보지마”. 더 이상 이온음료에게 굴욕 당하던 옛날 ‘물’이 아니다. 지금 시장은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물 전쟁으로 살벌하다. 물이 돈이 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생수 판매량은 총 345만톤. 금액으로는 6000억원이 넘는다. 물장사에 뛰어들어보겠다는 기업들이 하나둘 가세한 결과 시장에는 수십개 브랜드가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대형마트들은 자사브랜드(PB) 생수를 잇달아 내놓고 있고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캐나다 등 수입산 생수도 넘쳐나고 있다.
◆너도나도 생수사업 확대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수브랜드는 모두 100여개. 부동의 1위는 단연 제주 삼다수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제주도 한라산의 화산 암반수로, 생수시장의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삼다수는 1998년부터 농심이 유통을 맡아오다 지난 2012년 광동제약으로 넘어갔다. 농심은 독주하는 삼다수의 유통권을 다시 따내려 소송까지 감행했지만 되찾지 못했다. 삼다수를 뺏긴 뒤 절치부심하던 농심은 지난해 백두산 백산수를 개발하면서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에 따르면 올해 1월 시장점유율 3%대로 시작한 백산수는 4월 4%를 넘어선 후 8월 들어 5%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유통업체 PB상품을 제외한 생수브랜드(매출액기준) 중 삼다수와 해태음료의 강원 평창수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업계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매량(500㎖와 2ℓ) 역시 370만 박스로 전년 대비 62.2% 급증했다.
농심은 현재 백산수의 수원지인 백두산 부근 이도백하 지역에 회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해 백산수 2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에는 시장점유율도 10%대로 끌어올리며 백산수를 신라면에 이어 제2의 글로벌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삼다수는 출시 이후 처음으로 디자인 리뉴얼을 추진하는 등 1위 굳히기에 나섰다.
나머지 업체들도 물 전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유업체인 남양유업은 현재 연간 매출이 100억원 남짓인 생수사업을 내년까지 5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원구 대표가 직접 생수사업을 확대하고 생산 물량도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이 생수사업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생수브랜드 ‘천연수’를 상반기 리뉴얼한 후 판매량이 30% 증가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남양유업은 현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공장을 설립해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신다를 생산하는 동아오츠카 역시 지난 7월 경북 상주시 동부팜가야 생수공장을 인수하면서 직접 생산에 나섰다.
이밖에도 생수시장에는 팔도(지리산 맑은샘),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하이트진로음료(석수), 풀무원(풀무원샘물) 등의 식품업체가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또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나 CU, GS25 등 편의점도 PB 생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입 생수, 탄산수 등 연관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수입 생수인 에비앙과 볼빅의 경우 8월까지 전년 대비 6% 매출이 신장했고, 프리미엄 생수인 탄산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50%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과 농심, 광동제약은 탄산수 생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생수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며 “사 먹는 물을 이상하게만 여기던 소비자들도 그냥 물이 아닌 좋은 물을 찾고 있어 해양심층수나 빙하수 같은 프리미엄 물의 제품화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날 물로 보지마”. 더 이상 이온음료에게 굴욕 당하던 옛날 ‘물’이 아니다. 지금 시장은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물 전쟁으로 살벌하다. 물이 돈이 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생수 판매량은 총 345만톤. 금액으로는 6000억원이 넘는다. 물장사에 뛰어들어보겠다는 기업들이 하나둘 가세한 결과 시장에는 수십개 브랜드가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대형마트들은 자사브랜드(PB) 생수를 잇달아 내놓고 있고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캐나다 등 수입산 생수도 넘쳐나고 있다.
◆너도나도 생수사업 확대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수브랜드는 모두 100여개. 부동의 1위는 단연 제주 삼다수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는 제주도 한라산의 화산 암반수로, 생수시장의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삼다수는 1998년부터 농심이 유통을 맡아오다 지난 2012년 광동제약으로 넘어갔다. 농심은 독주하는 삼다수의 유통권을 다시 따내려 소송까지 감행했지만 되찾지 못했다. 삼다수를 뺏긴 뒤 절치부심하던 농심은 지난해 백두산 백산수를 개발하면서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에 따르면 올해 1월 시장점유율 3%대로 시작한 백산수는 4월 4%를 넘어선 후 8월 들어 5%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유통업체 PB상품을 제외한 생수브랜드(매출액기준) 중 삼다수와 해태음료의 강원 평창수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업계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매량(500㎖와 2ℓ) 역시 370만 박스로 전년 대비 62.2% 급증했다.
농심은 현재 백산수의 수원지인 백두산 부근 이도백하 지역에 회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투자해 백산수 2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에는 시장점유율도 10%대로 끌어올리며 백산수를 신라면에 이어 제2의 글로벌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삼다수는 출시 이후 처음으로 디자인 리뉴얼을 추진하는 등 1위 굳히기에 나섰다.
나머지 업체들도 물 전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유업체인 남양유업은 현재 연간 매출이 100억원 남짓인 생수사업을 내년까지 5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원구 대표가 직접 생수사업을 확대하고 생산 물량도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이 생수사업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생수브랜드 ‘천연수’를 상반기 리뉴얼한 후 판매량이 30% 증가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남양유업은 현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공장을 설립해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신다를 생산하는 동아오츠카 역시 지난 7월 경북 상주시 동부팜가야 생수공장을 인수하면서 직접 생산에 나섰다.
이밖에도 생수시장에는 팔도(지리산 맑은샘),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하이트진로음료(석수), 풀무원(풀무원샘물) 등의 식품업체가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또 이마트·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나 CU, GS25 등 편의점도 PB 생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입 생수, 탄산수 등 연관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수입 생수인 에비앙과 볼빅의 경우 8월까지 전년 대비 6% 매출이 신장했고, 프리미엄 생수인 탄산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50%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과 농심, 광동제약은 탄산수 생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생수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며 “사 먹는 물을 이상하게만 여기던 소비자들도 그냥 물이 아닌 좋은 물을 찾고 있어 해양심층수나 빙하수 같은 프리미엄 물의 제품화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사진=류승희 기자 |
◆아무거나 마실水 없잖아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수시장이 이토록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건강과 피부미용, 다이어트 등을 위한 고급 생수 선호도 증가 ▲웰빙·건강 트렌드에 맞춘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 ▲세련되고 예뻐진 디자인 선호 등을 꼽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은 이제 단순히 갈증을 채우는 것을 넘어 내 건강을 위한 고급 음료수로 진화하는 중”이라며 “건강에 도움이 되고 휴대가 간편한 물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천차만별인 가격 문제다. 효능과 맛을 가늠할 수 없는 물이 브랜드에 따라 두배가 넘는 가격 차이를 보인다. 실제 삼다수와 이마트 PB제품 생수의 경우 각각 910원과 500원(2ℓ)에 판매되고 있다.
더 황당한 점은 시중에 판매 중인 생수들의 수원지를 조사한 결과 한 곳의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의 생수가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생수가 다른 이름을 달고 몇배 이상 비싸게 팔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생수는 취수원만 확보하면 수질개선부담금이 원가의 전부”라며 “한병당 100원도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생수는 이제 성분 표시부터 수원지, 가격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식료품이 됐다. 그러나 ‘그 물맛이 그 물맛’이라는 소비자 평은 여전하다. 판 커지는 생수시장의 물 튀기는 전쟁. 그 속에서 깐깐하고 날카롭게 제품을 검열하는 소비자의 ‘눈’이 더욱 필요할 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