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빠르게 흡수되면서 신흥국시장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국내증시 또한 글로벌 달러강세에 따른 자금이동이라는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9월 국내 코스피지수는 한달간 총 48.45포인트(2.34%) 하락했다. 10월 들어 낙폭은 더욱 커졌다. 10월24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총 94.40포인트(4.67%) 떨어진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부양책(최경환노믹스)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의 약세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은행의 예금상품은 ‘제로금리’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재테크하기 어려운 시기다. 슈퍼달러를 이용한 투자비책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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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
◆ 달러예금부터 DLB까지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많지 않다. 특히 환리스크는 개인이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재테크전문가들은 달러강세를 활용한 재테크 방법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상품은 달러예금과 달러인덱스ETF, 원금보장이 되는 DLB(기타파생결합사채) 등이다.
은행의 달러예금이나 증권사의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는 말 그대로 달러를 사놓는 것이다. 신황용 KDB대우증권 올림픽지점 PB는 “낮은 금리이기는 하나 은행의 달러예금은 대략 연 0.1~0.2%, 증권사의 달러RP는 맡긴 기간에 따라 연 0.3~0.9%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며 “일반예금보다는 1% 이상 금리가 낮지만 달러강세 시에는 시중금리와의 수익률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강달러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PB팀장 또한 외화 예·적금을 추천했다. 신 팀장은 “외화 예·적금은 적립식펀드의 정액 분할투자처럼 적립식 외화예금에 가입해 투자시점을 나눠 불입하는 것”이라며 “적립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매입원가 절감효과를 통해 환율변동의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인덱스ETF(상장지수펀드)는 달러 움직임에 연동되는 ETF다. 달러가 강세일 경우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증시에 상장됐기 때문에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해 현금화 역시 쉽다. 달러ETF는 현재 국내에 미국 달러선물(F-USDKRW)을 기초지수로 하는 ‘KOSEF 달러선물’과 ‘KOSEF 달러인버스선물’ 두 종목이 상장돼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에 투자하는 DLS(기타파생결합증권)나 DLB도 달러강세를 전망한다면 투자할 만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달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고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따라서 간접투자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유성호 SK증권 명동PIB센터 PIB1팀 팀장은 “환율에 투자하겠다면 환 관련 DLS나 DLB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DLB는 보통 만기가 1년∼1년6개월이며 연 1.0%대의 금리와 원금을 보장해준다. 만기까지의 원/달러 환율변동에 따라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이 보장되는 만큼 안전성을 중시하면서 달러강세에 투자하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라는 조언이다.
이외에 달러 저축성보험에 대한 추천도 있었다. 신현조 팀장은 “납입금과 지급금 모두 달러로 납입하고 받는 달러 저축성보험은 자녀의 유학이나 노후 해외이민 등에 대비해 장기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며 “추가납입이나 분할인출도 가능해 장기상품이지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환’에 집착하지 말고 넓게 봐야
전문가들은 추세적으로 슈퍼달러시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환율을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김현식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은 “환율은 국내 주가시장의 변동성 예측보다 더 어렵다. ‘환’에 투자하는 것은 매력적이나 리스크 관리가 힘들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며 “강달러시대라고 해서 무작정 달러에 투자할 기회로 보지 말고 투자자산에 대한 환차익과 원하는 수익 간의 관계를 잘 비교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지점장은 달러강세와 관련해 아직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강세와 관련된 상품문의가 조금씩 들어오는 정도”라며 “요즘 투자자들은 과거 금융위기 등으로 경험치가 쌓여 전적으로 달러강세만 보고 베팅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현재 달러강세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도 적립식으로 관련상품에 투자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이희영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최근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이나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 및 신흥국 통화대비로는 강세를 보이는 만큼 다각적인 측면에서 그 영향을 살펴야 한다”며 “한동안 글로벌시장의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현명한 전략은 자산배분을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이 팀장은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