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차 양적완화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매달 40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FRB는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지난해 1월부터 850억달러로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 막대한 돈을 풀어낸 덕분일까. FRB는 미국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 1월부터 매달 100억달러씩 규모를 줄이며 출구전략을 진행했다. 음악은 멈췄고 희미했던 불빛마저 꺼졌다. 이제 파티는 완전히 끝났다.
미국이 그간 진행한 양적완화의 의미는 단순히 미국 내에 돈을 푸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풍부한 달러는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이머징마켓 등지로 퍼져나가며 세계경제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국내시장에도 미국의 자금회수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증권시장에는 ‘알려진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예고된 악재인 FOMC의 양적완화 종료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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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조정 있지만 충격 크지 않을 듯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현상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양적완화는 세번째다. 지난 2009년 3월 1차 양적완화에 이어 2010년 11월부터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됐다. FRB는 2011년 9월에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행했다. 만기가 6~30개월인 장기국채를 사들이되 만기가 3년이 넘지 않은 국채를 매각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당시 양적완화정책을 종료한 뒤 증권시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삼성증권에 따르면 과거 1차 양적완화 종료 직후 한국증시는 3.46% 올랐다. 그러나 3개월 후에는 0.26% 내렸다. 두번째 양적완화 종료 직후 국내증시는 0.43% 올랐으나 3개월 후에는 15.42% 떨어졌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종료됐던 1개월 후 국내증시는 2.45% 하락했지만 3개월 후에는 0.33% 내려 낙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양적완화 종료가 국내 주식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국내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려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것.
유 팀장은 “평면적인 경험치에서 본다면 지난 1차와 2차 양적완화 종료 당시 글로벌 주식시장은 분명히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다만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1차 양적완화는 구제금융의 성격이 짙었고 2차 양적완화는 급속한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책종료 이후 시장의 우려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차 양적완화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는 “3차 양적완화는 경기부양 차원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며 “글로벌 유동성 환경도 과거 양적완화 종료 직후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시장은 양적완화 종료를 선반영한 상태”라며 “지수가 1900포인트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오히려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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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까지 박스권 벗어나기 힘들듯
전문가들은 이번 양적완화 종료가 시장이 예측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무난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무난하게 끝났다고 하지만 이번 양적완화 종료로 인해 국내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존재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QE 종료후 국제금융시장 영향 사전 점검’ 보고서를 통해 ▲중국·브라질 등 해외채권발행이 급증한 신흥국의 회사채 ▲글로벌 하이일드채 ▲호주·홍콩 등의 적정가격 논란이 지속돼온 부동산 등을 지목하면서 자산가격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의 혜택을 본 자산의 경우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자산가격 조정 등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경기가 회복 중이기 때문에 양적완화가 끝나더라도 당장 금융시장이 충격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낮아진 변동성 레벨, 무조건적인 금리차이를 이용한 매매, 높은 위험선호도 등은 양적완화가 끝나면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험한 하이일드채권과 일부 이머징마켓 자산, 지나치게 많이 오른 주식들은 양적완화 이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팀장은 “투자전략 측면에서 양적완화 종료 이후 국내외 투자자들이 지역별·섹터별로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경기에 대해 방어적이거나 차별적 경쟁우위를 가지는 기업, 낮은 성장과 낮은 금리수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을 얻을 수 있는 기업 등을 선호하는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소한 올해에는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KDB대우증권·삼성증권·현대증권 등 4개 증권사가 내놓은 올 연말 코스피 전망치는 평균 1900~2070선이다.
☞ 용어풀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 2001년 3월 일본은행이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2009년 3월, 2010년 11월, 2012년 9월에 총 3차례의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OT)=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동시에 단기 채권을 팔아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장기 채권을 매입해 시중의 장기금리를 내리고 단기 채권을 매도해 단기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가계는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등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 2001년 3월 일본은행이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2009년 3월, 2010년 11월, 2012년 9월에 총 3차례의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OT)=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동시에 단기 채권을 팔아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장기 채권을 매입해 시중의 장기금리를 내리고 단기 채권을 매도해 단기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가계는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등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