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의 한국이 호수라면 14억의 중국은 망망대해에요. 그 망망대해의 시장이 선생님 앞에 쫘아악 펼쳐져 있는 겁니다. 새 인생이 열린 거라고요." 작가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작가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을 이같이 표현했다.

중국이란 망망대해의 시장이 한층 더 가까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후강퉁(상하이-홍콩거래소간 주식교차거래)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보다 밀접한 경제적인 교류를 맺게 된 것. 증권가에선 하루에도 수십건씩 한중 FTA 체결과 후강퉁 실시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단기적인 이벤트도 아닌 만큼 수혜주에 대한 분석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이슈들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STOCK] '빗장' 푼 14억 시장, 차이나에 빠져볼까

 
'중화권 특화' 유안타증권, 경고종목 지정

"다음 종목은 주가급등에 따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며 추가상승 시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는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전날(12일) 유안타증권의 종가가 15거래일 전 종가보다 100% 이상 상승하고 최근 15거래일 중 최고가를 띤 데다 15일간의 주가상승률이 같은 기간 증권업 주가지수상승률의 3배 이상으로 뛴 것이 경고사유가 됐다.

유안타증권의 급상승은 최근의 중국 이슈와 깊은 관련이 있다. '중화권 특화 증권사'라는 새 타이틀로 시장에 진출한 유안타증권이 한·중 FTA, 후강퉁제도 등 중국 관련 이벤트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

앞서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지난 2012년 5월 첫 협상을 시작한 지 30개월 만이다. 이로부터 며칠 뒤에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던 후강퉁제도의 시행일자도 확정됐다. 홍콩거래소는 "양 거래소 간 교차거래가 17일부터 시행된다"며 "당국으로부터 관련규정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후강퉁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그간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QFII, RQFII) 자격을 얻은 기관만 접근할 수 있었던 '상하이 A주'에 국내 개인투자자도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중국본토·홍콩 증권사와 제휴를 맺은 국내 증권사를 통해 다른 해외주식을 거래하듯 상하이 A주 종목을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11월 한달 동안 14억 인구의 내수시장이자 세계 2위 경제대국의 무역 빗장이 풀리고 금융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를 바탕으로 유안타증권은 관련 이슈들이 확정된 11월 들어서만 월초 3510원이던 주가가 13일 기준으로 5330원까지 51.85% 뛰었다. 올 초부터 셈하면 100.38% 급증이다.

한·중 FTA 체결과 후강퉁 시행이 유안타증권의 미래에만 '그린라이트'(초록등)를 켠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사실상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앞다퉈 후강퉁 관련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후강퉁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상장사를 분석할 담당 애널리스트를 새로 배치하고 후강퉁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와 홈트레이딩서비스(HTS)도 개편했다. 증권사마다 후강퉁 관련 투자설명회와 가이드북을 발간한 것은 물론이다.

 

한중FTA /사진제공=청와대, 뉴스1
한중FTA /사진제공=청와대, 뉴스1

 
쏟아지는 수혜주, 옥석 가리기

증권사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바빠졌다. 한중 FTA 타결과 후강퉁 시행으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수혜주'들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먼저 후강퉁제도는 중국 본토 주식시장을 외국자본에 개방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제도 시행으로 투자자들은 상하이 A주 시장의 90%에 육박하는 568개 종목(시가총액 기준)에 투자할 기회를 가진다. 배영식 현대증권 해외상품부장은 "본격적인 후강퉁의 시행은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투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강퉁제도의 수혜주로 '배당률이 높은 주식'을 꼽는다. 최홍매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1년 예금금리는 3년째 3%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대비 높은 배당률을 제공하는 주식이 좋은 투자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단, 관련 수혜주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수다.

이에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강퉁은 개인 및 기관투자자가 특정 라이선스 없이 개별종목을 선택하고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공격적인 투자형태지만 그만큼 투자에 수반된 리스크가 크다"며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 자본시장의 리서치와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전략과 목표수익률, 투자기간에 따라 목표로 하는 종목을 분명히 해 투자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중 FTA의 수혜주는 범위가 광대한 만큼 분야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FTA 체결로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상품과 서비스업부문에서 성장기회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서비스업 분야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FTA로 중국 엔터테인먼트시장이 처음으로 개방돼 한국기업의 지분참여가 49%까지 허용된 탓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중 FTA 타결로 인해 중국의 서비스시장 진출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중국의 영화·음악·TV미디어 등 콘텐츠시장의 개방 폭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중국소비자들에게 친숙해진 만큼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중이 합작한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이 양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확대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