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상적인 '나눔'"이라는 소신을 갖고 생활 속 기부를 실천하는 이가 있다. 여성 최초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린 송경애 SM C&C 대표다. 그는 큰 행사를 통한 목돈을 기부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에서 주변인들과 나눔 자체를 즐긴다.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란 별명을 가진 송 대표를 지난 11월26일 서울 종로구 다동에 위치한 기업전문여행사 SM C&C 본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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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하기 위한 기부"…날마다 나누는 이유
2010만214원. 송 대표가 지난 2010년 2월 한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이다. 하필이면 왜 2010만214원일까. 사실 이 숫자의 비밀은 송 대표의 생일에 있다. 그의 생일인 2월14일을 자축하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생일뿐 아니라 남편과 두 아들의 생일에도 이런 식으로 기부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두 아들에게 별도의 생일선물을 해준 적이 없단다.
"기념일에 케이크를 사고 외식을 하는 것보다 단돈 1만원이라도 기부가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게 더 행복하잖아요. 특히 두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했을 때 그 아이들이 느낀 감정은 돈을 주고 살 수 없겠더라고요."
기부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미국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자선파티에 아버지를 따라 다녔다. 그의 부모는 남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고 집으로 감사인사를 하러 오는 이들도 종종 봤다. 그래서 자신이 나누고 살면 그의 두 아들도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아들이 얼마 전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첫 월급을 탔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남짓 될 거예요. 그런데 아들이 먼저 월급을 기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뿌듯했죠. 나도 행복하고 내 아들도 행복하고.(웃음)"
그가 기부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 밥 한끼를 사주는 것이 얻어먹을 때보다 행복하지 않냐'는 게 그의 나눔방식이다.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기념일에 기부하는 이유는 '오늘이 가장 소중하며 축복받은 날'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정말 행복한 게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명품가방이나 고급 승용차를 소유했을 때 행복감은 길어야 한달이죠. 하지만 기부를 하고 나눔을 통해 얻는 것은 분명 그 이상이에요. 결국엔 본인이 기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란 거죠. 거창한 의미가 아닙니다."
큰 마음을 먹고 목돈을 선뜻 내놓긴 쉽지 않다. 따라서 기부도 연습이 필요하단 게 그의 생각이다. 일상에서 1000원이라도 기부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더 많이 나눌 수 있다는 것. 나눔은 전파되는 것일까. 그의 직원들도 대표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한다.
예컨대 회사 사무실에 비치된 컵라면을 반드시 돈을 내고 사먹게 했다. 더욱이 시중 판매가격보다 200원 더 비싸게 판다. 얼핏 보면 악덕 기업주가 푼돈을 아끼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법하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도 이 가격에 '토'를 달지 않는다. 회사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컵라면을 판매한 수익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 수익금은 전액 복지시설에 기부된다. 매번 연말 회식이나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송 대표가 직원들과 '나누는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서다.
"우리 회사엔 '나눔펀드'가 있어요. 직원 몇명이 찾아와 매월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 기부펀드를 만들자고 제안하더라고요. 당시 전 그 얘길 듣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나눔은 전염되는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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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00원이라도 나누면 행복해
그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다. 항상 그의 대답은 같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즐겁게 하면 된다"는 것. 어깨에 힘을 빼고 기부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면 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답답하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기부를 막는 것 중 하나가 '기부 피로감'이에요. 기부를 하고 나면 너도나도 기부해달라고 요청할까봐 기부하기 힘들다는 거죠. 혹은 자신의 형편이 좀 더 나을 때 나누고 살겠다는 이들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그냥 끊임없이 '나누지 않을 변명'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래서 일상에서 하는 기부가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한번에 목돈을 쾌척하거나 기부할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무거운 생각만 떨치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기부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블로그 방문자 수가 1만명씩 늘 때마다 휠체어 한대씩 기부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올해에만 10대를 기부할 수 있었다.
그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 위한 일 중 하나가 나눔이라는 그에겐 의무감이 없어서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기자 또한 '테레사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