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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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정해진 장소에서….’
광화문거리 술집들이 즐비한 골목길 벽에 누군가 적어 놓은 글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 또 다른 누군가가 적어 놓은 ‘흡연 장소는 어디인가요?’라는 댓글이 의미심장하다. 분명 금연구역 확대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흡연자들 중 한명이 답답한 속마음을 담아 적었을 것이다.

내년 1월1일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확대 지정된다.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이미 가로변버스정류소와 학교절대정화구역, 공원 등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아직 보행 중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있긴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인해 건강의 위협을 받는 비흡연자의 권리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금연구역만 늘어날 뿐 흡연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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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담배를 구입하면서 내는 세금 일부를 흡연구역 마련에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2500원 안팎인 담배 한갑 가격에는 354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담배 판매로 거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1조5680억원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흡연예방과 피해방지 등 담배와 관련된 사업에 사용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지난해 걷힌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중 1%만 금연과 흡연예방 지원 사업에 쓰였다. 더구나 지난 28일 여야는 담뱃값 인상폭을 2000원으로 잠정 합의했다. 내년이면 담배값이 2배 가까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흡연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발표는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담배를 팔면서 흡연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지 않는 게 큰 문제”라며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일부를 흡연구역 마련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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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근접한 일본에서는 길거리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보행 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분리형 금연정책’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거리의 한쪽을 정부가 흡연구역으로 지정한 곳이 꽤 많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는 5분 이내에 흡연구역을 찾을 수 있다. 간접흡연 피해는 줄이고 흡연권은 보장해주는 셈이다.

또한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지난 2011년부터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별도 흡연실을 만들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급한다. 여력이 부족한 음식점에게는 흡연실 설치비용의 4분의 1을 정부가 지원한다.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영업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간접흡연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권리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 사이가 애매하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양 측을 모두 배려할 수 있는 정책이나 이와 유사한 대책이 국내에도 도입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다툼이 지금보다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