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고심 끝에 연임을 포기했다. 이미 KB금융 최고경영자(CEO) 사태를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스스로 자연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연임 포기 의사를 전했다. 그는 "민영화라는 최대의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 소임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면서 "이제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져 취임 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그의 갑작스런 연임 포기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선 신종 금융관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의 연임이 유력시 됐기 때문. 그는 재임 기간 민영화 과제를 뚝심있게 수행하고 은행 실적도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정부가 특정 인물을 차기 행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압력을 넣어 이 행장이 스스로 물러나게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그가 연임을 포기한 직후 '서금회' 회원인 이광구 부행장의 내정설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는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선임 과정과 비슷했다.

이 행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연임을 포기하지 않으면 조직이 난장판이 되는 거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처럼 되지 않겠나"라고 언급해 외부 압력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외압 여부를 떠나 그는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금융권의 CEO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