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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바뀌고 있다. 웬만해선 구경하기 힘들던 수입차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앞에 달리는 차도, 옆에서 달리는 차도, 내 차를 추월해 지나가는 차마저도 온통 수입차다.
단정한 세단 일색이던 차량들은 올 들어 유독 스포티한 SUV 차량들로 대체되고 있다. 유행이 변하면서 차량 브랜드부터 차종까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수입차가 처음 들어온 것은 지난 1987년 1월이다. 당시 정부는 2.0ℓ이상 대형차와 1.0ℓ 이하 소형차시장을 우선적으로 개방했다. 그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수입차는 10대뿐이었다.
이후 관세와 취득세 등의 인하 조치가 취해진 지난 1996년 수입차는 사상 처음 연간 판매대수 1만대를 넘어섰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영향으로 잠깐 주춤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민 인식 변화와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입차업체의 공격적 마케팅이 맞물리며 2000년대 들어서는 판매량이 수직상승했다. 지난 2011년에는 수입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했고 2012년에는 점유율 10.01%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러한 수입차의 증가는 올해 절정을 맞았다. 지난 10월까지 국내 판매된 수입차는 16만2280대로 12월까지 판매량이 모두 집계되면 2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15만5497대) 대비 약 28% 증가한 수치다.
수입차가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또한 10월 기준 14.23%로 전년(12.1%) 대비 2.13%포인트 증가했다. 이 수치에 집계는 되지 않지만 르노 스페인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수입되는 르노삼성 QM3를 포함하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15%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수입차 점유율이 이같이 갑작스레 높아진 데는 가격경쟁력의 강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1년 발효된 한-EU FTA에 따라 기존 8%였던 관세가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 올해 7월부터는 유럽산 자동차에 무관세가 적용됐다. 또 미국산 자동차에 붙던 관세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오는 2016년 3월15일부터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돼 수입차의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입차는 젊은 층의 구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년간 판매량이 높았던 수입차를 살펴보면 폭스바겐 티구안, BMW 520d 등 30~40대를 타깃으로 한 SUV와 2000cc 미만 디젤차량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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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이젠 CUV·SAV
올해 국내를 강타한 수입차 판매 증가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차량 종류도 바꿔 놨다. 특히 SUV의 경우 판매 비중이 전체 차량 판매량의 20%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었다. SUV의 인기는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레저문화 확산과 고가의 가솔린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젤유가의 경제성에 기인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기 저유가 시대에 접어든 요즘에도 SUV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SUV 호조의 원인은 가격과 연비 측면의 장점을 겸비한 소형 SUV 출시 확대 및 판매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올 한해는 유독 수입 소형 SUV의 판매량이 눈에 띈다. 수입차 판매량에서 폭스바겐 티구안이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고 푸조 2008도 출시되기 무섭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특히 르노삼성이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QM3는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SU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최근 수입차 업계는 SUV를 소비자의 필요에 맞게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SAV(Sports Activity Vehicle) 등으로 세분화 해 출시하고 있다. 특히 기존 SUV보다 크기가 작고 연비가 높은 CUV는 가히 ‘대세’라 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수입 CUV의 폭발적 인기에 국내 자동차업계도 해당 차종의 차를 속속 개발해 내놓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10월까지 트랙스 9195대를 팔아 1만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4년 만에 내놓는 ‘티볼리’도 CUV 차종이다.
◆세단도 디젤이 대세
변화는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에도 찾아왔다. ‘세단은 가솔린 차’라는 고정관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 주유소에서 혼유 사고가 급증한다는 소식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세단형 자동차 판매량 감소다.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디젤 세단 만큼은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디젤 세단의 판매량은 올 상반기에만 무려 51.3% 성장했다. 디젤엔진의 성능 개선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고성능·고연비의 디젤엔진이 보편화되며 경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수입 디젤 세단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4사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해 전체 디젤 세단 판매의 65% 이상을 점하고 있다.
등록된 전체 세단형 승용차중 디젤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1년에는 4%에 불과했지만 올 해에는 15%로 1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수입세단의 30% 수준이던 디젤 세단의 비중은 올해 약 66%로 가솔린 세단의 2배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양상은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이어졌다. 국내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그랜저, K3, 말리부, SM5 등 준중형·중대형 주요 차급에 디젤트림을 추가해 판매 확대에 나섰다. 내년에는 국내 판매 1위 차량 쏘나타도 디젤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