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가는 2015 드라마,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 어디 없나


미치지 않고는 미칠 수 없다던가. 요즘같이 각박한 무한 경쟁 사회에서 ‘미친다’라는 말은 정신이 이상하다는 원래의 뜻에서 나아가 또 다른 ‘열정’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TV 속 드라마에 ‘미친 사람’이 늘어났다. 엄밀히 말하면 정신이상자가 아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것도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로.



지난해 초 인기리 방송됐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신성록(이재경 역)을 필두로 ‘소시오패스’가 화두가 되더니 이어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망상을 동반한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조인성(장재열 역), 틱장애(투렛증후군)를 앓은 이광수(박수광 역)가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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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지난 7일 첫 방송한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에서 1인 7역을 연기하는 지성(차도현 역)과 21일 방송을 앞두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이중인격 소유자 현빈(구서진 역)이 기대를 모은다. 또한 지난 9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에서는 강박증을 앓는 천정명(고이석 역)과 대인기피증에 안면홍조증을 앓고 있는 최강희(차홍도 역)까지.



이 쯤 되면 ‘정신건강’을 위해 OCN 일요드라마 ‘나쁜녀석들’에서 김상중(오구탁 역)이 던졌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세상이 미쳐서 사람이 미쳐가는 건지, 사람이 미치니까 세상이 미쳐 보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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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설정, 명품 연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동시 만족’


사이코패스에 이어 소시오패스, 다중인격 등의 특이한 캐릭터 설정은 시청자들을 묘하게 흡입했다.리얼한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이어졌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에 시청률까지 동반 상승했다.



소시오패스 이재경을 악역으로 내세운 ‘별에서 온 그대’는 평균 시청률이 25%에 달했고, 인기에 힘입어 여주인공 전지현은 2014 SBS 연기대상 수상, 이재경 역의 신성록은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힐링 드라마를 타이틀로 내건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리얼한 투렛증후군을 연기한 이광수가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고, 가슴 아픈 사연으로 망상에 빠진 조인성 역시 숱한 여성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모으며 평균 10.0% 대의 시청률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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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2역도 모자라 1인 7역 ‘관건은 연기력’


서로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감동적인 힐링 타임을 선사하겠다는 다중인격 주인공의 두 드라마가 2015년, 시청자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를 켤 예정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캐릭터들이 지난해보다 더욱 다이나믹해진 양상이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 속 지성은 무려 7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한다. 그가 앓고 있는 다중인격은 해리성 주체장애(DID :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로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분노와 폭력성이 또다른 인격을 통해 폭발하고, 다른 인격은 자신이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설정이다. 과연 지성이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얼마만큼이나 끌어올려줄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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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현빈이1인 2역을 연기한다. 냉철한 CEO와 다정다감한 로맨틱가이. 1인 7역이라는 지성의 어마무시한 캐릭터 설정에는 뒤지지만, 명작 ‘지킬 앤 하이드’를 떠올리게 하면서 현빈의 색다른 반전 매력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중인격 캐릭터들이 허무맹랑한 판타지 드라마 속에 남지 않기 위해서는 여자 주인공들과의 호흡이 관건이다. 재미와 로맨스, 2가지 토끼를 잡기 위해 현빈 옆에는 한지민, 지성 옆에는 황정음이 자리했다. 과연 두 커플이 환상 속의 그대를 현실로 이끌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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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상쾌한 감동 힐링 타임 ‘치유하는 드라마’


드라마 속 ‘정신질환’이 늘 무겁고 답답하게만 다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경험했던 일, 혹은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드라마 속 이색적인 캐릭터는 곧 현실 속 인물로 재탄생돼 극의 몰입을 높인다.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는 환자 강박증 의사 천정명과 주목받으면 죽는 대인기피성 안면홍조증 환자 최강희가 그리는 멘탈 치유 로맨스 드라마다. 대인기피로 인해 헬멧이 없으면 외출조차 힘든 괴이한 캐릭터 최강희는 낯가림, 소심함 등 사회생활 속 마음의 불안함을 안고 있는 이들의 가려움을 살살 긁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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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색 증후군, ‘거짓말’ 없는 세상 꿈꾸는 ‘피노키오 증후군’


드라마 속 이색 증후군도 눈에 띈다. 최근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박신혜(최인하 역)는 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이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실존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가상의 설정으로 탄생했다.



박혜련 작가의 설정은 ‘피노키오’의 인기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극중 최인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사회부 수습기자다. 거짓을 말하려야 말할 수 없는 기자라는 점에서 요즘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게 느껴진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거짓말 없는 사회생활이란 무엇일지 이색적인 상상을 하게 만들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 15.2%를 기록했다.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가 아니고도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종의 콤플렉스, 약점, 상처를 지닌 극중 캐릭터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 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치유’ 받는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사랑의 의미를 찾고, 이상한(?) 캐릭터들을 통해 얻게 되는 자신과의 공통점에서 삶의 희망을 얻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