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임기를 마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시름에 잠겼다. 임기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길 바라지만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그는 지난해 7월 갑작스레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화두로 꺼내더니 속전속결로 승부를 냈다. 하지만 두 은행의 통합을 눈앞에 두고 외환은행 노조의 강한 반발에 협상의 실마리는 오리무중이다. 김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는 소통을 얘기하면서도 여전히 각자의 주장만 내세워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거침없던 질주 가로 막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중국 현지법인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덩치를 키웠다. 또 같은 달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을 성사시키면서 하나카드를 업계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두 은행의 조기통합 성사 여부를 가늠하기란 아직 쉽지 않다. 외환은행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기타결이 예상됐지만 과거 임금단체협상 이슈를 꺼내며 김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13년 임단협에서 나온 2000여명의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6급 정규직 전환’ 조건을 내걸고 그의 거침없던 질주를 가로막았다.

해당 인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하나은행은 연간 600억원 규모를 부담해야 한다. 하나은행 무기계약직 1400여명의 정규직 전환 시 연간 소요되는 비용까지 합치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겠다는 큰 결단을 내렸다. 다만 두 은행의 통합 이후 전환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이미 지난 2013년 임금단체협상 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는데 두 은행의 통합 이후로 시기가 미뤄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외환은행 노조는 ▲기존 6급 정규직의 급여기준 적용 ▲일정기간 경과 후 전원 5급으로 자동승진 등을 요구했다. 반면 김 회장은 현재 ▲무기계약직의 통합 후 1개월 이내 선별적 6급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 후 현재 급여 수준 유지 ▲일정기간 경과 후 별도의 심사를 통한 승진기회 부여 등에 대해 고민 중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하나금융지주

◆연임 위한 결정적 카드 ‘통합’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막판 진통을 겪자 김 회장도 합병작업을 서두르는 눈치다. 그가 조바심을 내는 이유는 오는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직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또한 두 은행의 조기통합이 그의 연임을 위한 결정적인 카드인 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합병기일을 오는 3월1일로 한차례 연기한 시점에서 조기통합은 그에게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다.

앞서 김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진을 통해 김승유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웠다. 해외법인을 비롯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도 이끌었다. 게다가 하나금융 내부에 그에게 필적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그가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성사시킨다면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가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와 합병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낸 것은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강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지난 1월19일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예비인가 승인 여부는 신청서 접수 후 금융위가 법적 요건을 검토한 뒤 60일 이내에 결정한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통합과 관련한 제반서류를 검토해왔다. 따라서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를 승인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하나금융은 오는 2월 중순쯤 합병 본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산운영과 경영능력 등 세부사항을 검토하는 본인가 심사기간은 신청서 접수 후 30일 이내다.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경우 두 은행의 통합은 예상 합병기일인 오는 3월1일보다 조금 늦어진다.

◆노조 배제하고 통합하면 ‘미생’

이처럼 김 회장은 임기만료 전에 서둘러 두 은행의 통합을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 회장이 예비인가 신청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두 은행이 통합을 하더라도 결국엔 ‘미생’일뿐 ‘완생’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앞서 하나금융·외환은행 사측과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4일 본협상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날 노조는 당시 예비인가 신청서를 내겠다는 김 회장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합병기일을 맞추기 위해 노사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예비인가 신청서부터 내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로의 입장 차만 다시 한번 확인했고 예비인가는 강행됐다.

결국 노사 간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김 회장의 임기만료를 염두에 두고 시간 끌기에 나섰다고 비판한다. 외환은행 노조는 본협상에서 오는 3월13일까지 총 60일 동안 조기통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달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가 오는 3월 김 회장의 임기만료 등을 염두에 두고 60일의 논의기간을 제안하며 시간을 끄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통합 안건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끌기로 보이는 것”이라며 “노조는 최장 60일을 말한 것이고 사측과의 조율이 된다면 그 기간 안에 협상이 끝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조기통합 계획은 외환은행 노조로 인해 가로막힌 상황이다. 금융위는 최근 노사 합의 없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통합작업을 마냥 밀어 붙이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합 후 시너지, 고용안정, 위상강화 등 노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놓고 김 회장의 시름이 깊은 까닭이다.

☞프로필
▲1952년 2월11일 부산 출생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1년 서울은행 입행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2년 하나은행 입행 ▲1997년 하나은행 중소기업부장 ▲1998년 하나은행 지방지역본부장 ▲2001년 하나은행 가계영업본부담당 부행장보 ▲2003년 하나은행 가계고객사업본부장 부행장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8년 제4대 하나은행장 ▲2011년 제12대 국립중앙박물관회장 ▲2012년 하나금융그룹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