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를 맞아 의욕적으로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는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뉴스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300가구 이상을 짓거나 100가구 이상을 사들여 직접 월세를 놓는 방식으로 거주자가 최장 8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민간 건설사가 짓는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이번 정책은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토교통부는 대형 건설사가 장기 임대주택사업에 참여하면 임대주택의 질이 높아져 중산층의 입주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부진했던 임대사업에 대규모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전·월세난을 완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적정 수익을 보장해주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심 공공부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보유택지를 공급하고, 금융 및 세제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저리 기금대출과 세제혜택 확대는 물론 여의도 땅의 33배에 달하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풀 방침이다.
이런 대책이 효과를 낸다면 중산층 주거선택권이 넓어져 전세압력이 완화되고 중산층의 임대 재고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실효성을 놓고 우려도 제기된다.
![]() |
/자료사진=뉴스1 |
◆비싼 월세, 부정적 인식… 수요 있을까?
뉴스테이 활성화 정책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부분은 단연 ‘임대료’다. ‘뉴스테이’사업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 상한선을 연간 5%로 제한했지만 초기 임대료에 대해서는 기업의 재량에 맡겼다. 이에 대해 적정수준의 임대료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이견이 있다.
국토교통부 측은 시장기능에 따라 입지와 임대료 수준 등이 적합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으로 본다. 국토부가 이번 대책의 주요 대상으로 꼽은 중산층은 4인가족 기준으로 중위소득 354만원, 소득범위는 월 177만원~531만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중산층이 지불가능한 월 임대료를 40만원~150만원으로 산정해 적정 월세 금액을 전국 보증금 5800만원에 39만원 또는 보증금 4500만원에 45만원이라고 계산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화성 동탄2신도시 공공임대리츠는 월 임대료가 61만∼69만원, 인천 도화 임대리츠는 월 41만∼51만원에 공급된다는 조건을 내걸어 각각 2.2대1, 7.6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면서 "시장에서 임대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지난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가구별 평균 소득은 4676만원(월간 약 390만원)으로 조사됐고 평균 주거비 지출은 303만원(월간 약 25만원)으로 집계돼 국토부가 적정금액으로 산출한 월세는 다소 높게 느껴진다.
게다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은 중위 전세금 1억8500만원을 기준으로 보증금 8000만원에 53만원, 보증금 6200만원에 62만원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1억400만원에 70만원 또는 8100만원에 81만원에 달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김씨(53)는 “관리비까지 하면 100만원이 넘을텐데 누가 감당하겠냐”며 “차라리 보증금이 높다면 수요가 있겠지만 현재로선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자들의 입장에서는 월세를 올리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길인 반면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고 싶어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상황이라 수요가 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민간임대 기업체가 다양해져 제품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주거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에게 임대주택이라는 부정적 인식 전환이 선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혜’ 받은 건설사도 긴가민가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동시에 정부가 건설사에 너무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은 대기업특혜 종합선물세트"라며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들에게 신사업 물량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건설사들의 이익에 편중됐다는 평가에도 정작 건설사는 신중한 분위기다. 정부의 대책이 ‘초기 유인용’으로 쓰이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현재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지만 정책이 언제 바뀌어 수익성을 상실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대로 진행된다면 8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분양에 비해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기존의 임대주택이 수익성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이 확정돼야 확실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대주택에 진입할 때 기존 브랜드명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민원발생을 우려해 진입을 기피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관계된 결정이기 때문에 기존에 거주중인 주민들과의 협의없이 건설사가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지으려 해도 지을 만한 땅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공공택지는 도심외곽에 주로 공급돼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민간택지는 땅값이 비싸 택지개발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돼 가용토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설령 알맞은 지역을 찾더라도 건축물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가 반대하거나 제동을 걸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