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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에 뜸을 들이는 동안 가계대출 상환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저금리 기조로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마저 더뎌짐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은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은행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불하고 빌린 돈을 갚는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이 남긴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1조원에 달한다. 은행을 위한 편의적 관행이 서민을 상대로 한 고리장사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등 종류별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이렇게 구조가 바뀌면 은행이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수익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3일 IBK기업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2월5일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대출종류에 따라 최대 1.0%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2년 후에 갚아야 할 대출금 3억원을 1년 후에 갚을 경우 내야 하는 수수료는 현행 수수료율 1.5%를 적용하면 225만원이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최대 1.0%포인트 내려가면 75만원만 내도 대출상환이 가능해진다.
다른 은행들도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 감소를 우려해 뜸을 들이는 눈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가 대세인 만큼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시기에 얼마나 내릴지 명확한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말끝을 흐렸다.
물론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의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은 이해가 된다. 은행들은 등기비, 법무사수수료, 감정평가수수료, 인지세 등 설정비를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관계로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할 때도 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았다.
결국 시중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인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은행을 위한 편의적 관행이 소비자보다 우선시되면 안된다. 무엇보다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전면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