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의 추운 날씨·차가운 눈…항문질환엔 '毒'
많은 스키장들이 금요일부터 사람들로 넘쳐난다. 한정된 기간인 겨울에만 즐길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키장은 빠른 속도와 더불어 낮은 기온으로 근육과 인대가 수축해 척추 관절 부상위험이 커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지하기 쉽지 않지만, 추위가 부르는 또 하나의 질환이 있다.

직장인 P씨(31세)는 스노우보드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초보 스노우보더다. 주말을 맞아 겨울 레포츠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성화에 함께 스키장을 찾았다.


처음이다 보니 계속 넘어지다 보니 금세 지쳐 눈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잦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배변 시 항문에 심한 통증과 출혈로 찾은 병원에서 치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을 통칭하는 용어다. 대부분의 치질 환자는 치핵을 앓고 있으며 치핵은 항문 혈관 조직이 튀어나와 만져지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자료를 보면 국내 치질 환자는 2012년 기준 약 85만 명에 달한다. 식습관의 변화와 식이섬유 부족 등으로 매년 약 2.7% 정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계절적으로는 특히 겨울철이면 치핵 환자 수가 늘어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급증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지정 외과전문 민병원 대장항문센터에 따르면 2013년 한해 치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2078명이었으며, 분기별 평균 환자수(519명)보다 겨울철(12~2월) 월 평균 환자 수(688명)가 약 32% 정도 많았다. 월별로는 12월부터 증가해 1월 환자가 253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월 평균 173명 보다 약 46% 많은 수치다.

민병원 대장항문센터 성종제 부원장은 “기온이 내려가면 치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는데 항문 내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고 주변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아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라며 “항문 조직이 튀어 나오거나 출혈이 있는 환자는 물론 평소 증상이 없었던 환자도 추운 날씨에는 출혈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스키나 스노우보드 초보들의 경우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 많이 넘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추위에 노출 되기 쉽다. 또 레포츠 후 즐기는 과한 음주도 치핵 증상을 악화 시킬 수 있다. 알코올이 늘어난 항문 조직의 혈관을 확장 시키고 출혈 및 혈전을 일으키기 때문.

따라서 예방을 위해서는 엉덩이를 따뜻하게 하고 항문 질환이 있는 경우 과도한 음주는 삼가야 한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종제 부원장은 “통증이 있어도 항문 질환은 검사 받기를 꺼리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심해 항문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와 다시 들어가지 않는 상태라면 극심한 통증은 물론 간혹 피가 안 통해 썩는 경우도 있다”며 “질환 초기에는 약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론 좌욕을 하면 도움이 되고 만약 증상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적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