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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설의 마녀’에서 마주희는 극중 한지혜(문수인 역)의 연인 하석진(남우석 역)을 오랜 기간 짝사랑한 인물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신화그룹의 차녀이자 한지혜의 시누이인 마주희는 완벽주의자이며 당당하고 까칠하다.
교묘하고 지능적인 악역 마주희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게다가 김윤서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날렵한 인상은 ‘마주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저 그런 악녀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했다. 간혹 측은하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녀의 독한 사랑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매듭짓게 될까.
연기는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온다고들 하는데, 마주희와 김윤서… 닮았나.
김윤서 : 제 성격은 마주희처럼 완벽하거나 치밀하지도 않아요. 한 마디로 구멍이 많죠. 늘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편이에요. 직업상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제 기분을 쉽게 드러내기도 힘들고 조심스러우니까요. 가끔 악역이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도 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서는 물건도 집어 던지고 욕도 하고… 어설프게 하기 보다는 제대로 하는 게 낫잖아요.
악역이 낯익다. 지난 2012년 tvN 일일드라마 ‘유리가면’, 2013년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등 여러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는데.
김윤서 : 이전 작품에서 3번 정도 악역을 맡았어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이었죠. 그런데 마주희는 조금 달라요. 극 초반에는 수인이를 누구보다 생각해주는 착한 애였는데, 남자 때문에 갑자기 돌변하는 캐릭터니까요. 주성우 감독님이 강조하시길 주희의 포인트는 ‘멀쩡한 애가 어디까지 돌변할 수 있나?’였어요. 주변에서 절 보기만 해도 마주희를 떠올리고, 미워하시니까 그럴 때 보면 그것 하나는 잘 보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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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서 : 마주희는 조금 더 진중하고 가볍지 않은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좀더 냉정하고 차분해지지 않을까요? 사실 마주희를 너무 미워하시니까요. ‘앞머리를 내리면 좀 착해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주말 드라마의 장점은 호흡도 길고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웃음)
최근 ‘전설의 마녀’ 30회에서 한지혜로부터 폭풍 뺨을 맞아 시청자들이 통쾌해 했다. 마주희의 독기는 사라질까.
김윤서 : 24회에서 제가 한지혜 언니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손이 맵거든요. 너무 죄송해서 저도 한 번 맞길 원했었는데 마침 시청자들도 저도 속시원한 신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언니 세게 때리세요”하고 말했죠. 그런데 정말 촬영 끝나고 얼굴이 퉁퉁 부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언니한테 “괜찮니? 서로 주고 받았으니까 퉁치자”라고 문자가 와서 한참을 웃었네요. 제 손이 맵긴 매웠나 봐요. (웃음) 하지만 그렇게 맞고도 마주희는 아마 남우석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전설의 마녀’의 시청률 승승장구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윤서 : 팀워크가 좋아서 시청률도 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작품을 해봤지만 ‘전설의 마녀’처럼 단시간에 빠르게 시청률이 오르는 드라마는 없었거든요. 한 회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는 대본의 힘도 큰 것 같고요. 그만큼 부담도 되고요. 어저께 촬영했던 신이 저의 죽었던 오빠 고주원(마도현 역) 씨가 살아 돌아오는 장면이었는데 한지혜 언니랑 저랑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죽은 남편, 죽은 오빠가 살아 돌아오는 일은… 생각도 해 본적이 없으니까요.
대선배들과의 작업은 어떻나. 촬영 현장 분위기는.
김윤서 : 극 초반 교도소 장면에서는 김수미 선배님 덕분에 촬영장이 마비가 될 정도였어요. 애드리브를 많이 준비해오시는데 선배님 스스로도 웃겨서 NG를 내시더라고요. 저희는 그 모습을 보고 또 웃느라 연기를 못하고요. (웃음) 사실 대선배님들과 함께 한다고 해서 시작부터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박근형 선배님께서 NG 후에 제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깜짝 놀라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고두심, 전인화, 변정수 선배님도 자상하고 의외로 털털하세요. 후배들에게도 편안하게 대해주시고요. 정말 ‘전설의 마녀’에서 배우고 깨닫게 된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선배님들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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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의 처제 역으로 데뷔한 뒤 4년간 10여 작품에 출연했다.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김윤서 : 독립영화 몇 작품에 출연하다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악마를 보았다’에 출연하게 됐어요. 운이 너무 좋았죠. 그때 제가 20대 중반의 나이였는데도 첫 오디션에서 합격해 김지운 감독님과 일할 수 있었으니까요. 고등학생 때부터 엄마 몰래 학원비 모아서 연기학원 등록도 하고 연기자 꿈을 꿨었는데 대학 진학은 건축공학으로 했어요. 역시나 제가 원하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졸업장부터 딸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 늦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다행히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었어요. 꿈에 그리던 배우가 됐는데 쉴 수 없죠. 가끔 쉴 때는 실직자가 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얼른 촬영장에 나가고 싶어져요.
‘전설의 마녀’ 후 김윤서에게 찾아올 변화는 무엇일까.
김윤서 :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선배님과 감독님들께 많이 배웠고요. 이번 작품에서 젊은 청년 배우들이 많이 없어 20대 배우들이 부담을 갖고 힘들어 했었는데, 그런 과정을 겪고 보니 스스로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이제 진지하게 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김윤서 : 더 독한 악역? (하하)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MBC ‘개과천선’에서 성폭행 당한 여배우로 까메오 출연을 한 적 있는데,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요.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다작 욕심도 있고요. 기회가 생기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제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글의 법칙’이든 ‘진짜사나이’든 왠지 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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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그녀가 선보인 악랄한 캐릭터만 보아서는 대낮부터 위스키 한 잔을 벌컥 들이키거나, 한 잔의 와인 향에 분위기 있게 취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이날 김윤서는 자몽과 딸기 주스를 사이에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현재 서울 강남에서 친언니와 자취를 하고 있는 김윤서는 “자취생들은 이 과일 먹기가 힘들다니까요”라고 툴툴거리며 딸기 주스를 훅 들이켰다.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딸기와 닮은 김윤서의 진짜 모습은 어느 동네 친한 언니 혹은 꾸밈없는 여대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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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협찬 :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9-4 ‘아르티코’ 카페
<사진=젤리몬즈스튜디오(jelliemonzstudio.com), 영화 ‘악마를 보았다’, tvN ‘유리가면’, KBS2 ‘최고다 이순신’, MBC ‘전설의 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