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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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6년 만에 연봉을 동결하면서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에 합류하고 있다. 노동업계에선 다른 기업까지 임금 동결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임금 인상 요구 등 바람막이에 나섰지만 좀처럼 힘을 얻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전날 노사협의체인 미래공감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임금을 동결한 대신 장례도우미 신설, 출산휴가 2일 무급에서 유급전환 등 일부 복지혜택을 늘렸다.
삼성SDS의 이같은 동결은 삼성의 맏형 삼성전자의 '연봉동결' 영향이 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실적악화와 글로벌 경영환경을 낙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금을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급여가 삭감된 셈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2월27일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임금 동결 방침을 확정했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연말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1% 내외로 임금을 올렸다. 그러나 이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동결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불황에 허덕였던 주요 대기업들도 마음 놓고 동결바람에 합류했다. 대표적인 곳이 석유업계.

SK이노베이션은 노조 투표를 통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고 일부 임원들은 아예 급여를 반납키로 했다. S-OIL과 금호석유화학도 연봉계약서에 동결로 서명했다.

올해 하반기에 임금 협상에 나서는 포스코와 현대차도 분위기가 흉흉하기 매한가지다.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임금 30%를 반납했고 임원도 30%가량 연봉이 깎였다. 재계에선 올해 소폭 오르거나 동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노사 임단협 합의에 따라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가동중이다. 사측과 노조 측은 현재 외부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인데, 올해 연봉 인상을 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부-재계 임금 인상 놓고 엇박자

이처럼 대기업들이 올해 임금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재계 단체가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올해 적정 임금인상률을 1.6% 이내로 권고한 것. 2010년 임금 동결을 권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상승폭이다.

경총이 올해 제시한 1.6%는 올해 국민경제노동생산성 증가율 전망치(2.9%)에서 정기승급분(1.3%)을 뺀 것이다. 경총은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 감소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주문에 반하는 권고사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내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재계에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나온 직후 경총이 2010년 만에 가장 낮은 폭의 임금 상승률을 회원사에 제시해 정부의 발언을 무색케 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올해 임금인상 여부가 화두가 될 전망"이라며 "임단협을 진행 중인 재계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