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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
정부가 지난해 주주 배당규제를 완화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돈잔치'가 본격화됐다. 주주 배당을 늘려 경기회복의 불씨를 쌀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적인데, 일각에선 '부의 쏠림' 현상만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두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등 국내 10대 그룹의 총수 10명이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에 따라 계열 상장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총 3299억원에 달했다.
이중 이건희 회장은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는다. 이 회장은 1758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전년보다 63%(1079억원) 늘어난 금액을 가져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742억원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9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358% 늘어난 배당금을 챙길 전망이다.
이처럼 대기업 배당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배당규제 완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대형 상장사들이 사내유보금을 풀지 않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대기업이 자금을 풀어야 시중 자금 순환이 이뤄지는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돈을 풀지 않고 쌓아두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4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기업의 배당 확대가 논의됐고 하반기부터 정부의 배당규제 완화 정책이 속도를 냈다. 기업의 유보금을 끌어내 배당을 늘리고 이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배당이 확대됐지만 이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정부의 임금인상 요청에 대해 동결 입장을 취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어서 총수들만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배당규제 완화가 기업의 오너와 외국인투자자들의 배만 불리는데 그칠 것이라는 게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받아 해외로 송금한 배당액은 100억달러(1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온 지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과 현대차, SK, LG그룹 등 4대 그룹은 지난해 7조7000억원의 배당금을 현금으로 썼는데 이중 절반 수준인 3조8000억원이 외국인 손에 들어갔다.
기업 노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줄이는 것은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결정한다"면서 "배당금을 늘려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배당금을 높일 경우 세금을 통해 정부의 곳간을 더 채울 수는 있다. 그러나 기업의 오너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리는 부작용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부터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