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의 ‘3기 면세사업자’ 선정부터 불이 붙었다. 당시 롯데(롯데면세점)는 대기업 8개 구역 중 4개 구역의 사업권을 따내며 3개 구역의 호텔신라(신라면세점)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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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강자 ‘롯데-신라’ 빅2 전쟁 치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모든 상품을 자유롭게 팔 수 있는 8구역을 손에 넣은 데다 탑승동 전체와 여객터미널 등 총면적 8849㎡를 꿰차면서 가장 많은 35개 매장을 확보했다. 이 구역 안에는 호텔신라가 그동안 공들여 입점시킨 루이비통도 포함됐다. 반면 호텔신라는 총 20개 매장, 3500㎡의 면적을 확보해 롯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롯데와 호텔신라 간 승부는 곧이어 제주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도 재현됐다. 이 역시 승자는 롯데. 관세청은 제주 내 중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문단지 면세사업권을 포기한 롯데면세점 측에 재사업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후 호텔신라의 반격이 시작됐다. 인천공항과 제주시내에서의 잇단 패배로 움츠러든 호텔신라는 지난 3월23일 세계 기내면세점 1위 사업자인 미국 디패스(DFASS) 인수를 공식화했다. 디패스 지분 44%를 1억500만달러(약 1176억원)에 매입한다고 깜짝 공시한 것.
특히 디패스 지분인수 계약조건에는 5년 뒤 지분 36%를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항목이 포함돼 사실상 디패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계항공사 30여곳에 면세품을 공급하는 디패스는 지난해 매출만 5억1800만달러(약 5700억원)를 기록한 세계 기내면세점 최강자. 호텔신라는 디패스 인수를 통해 매출이 13% 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급해진 롯데면세점은 호텔신라의 디패스 인수발표 다음날 이탈리아 면세점업체인 WDF(World Duty Free)에 대한 인수 의지를 밝히며 응수했다. WDF는 베네통 가문이 50.1%의 지분을 보유한 세계 6위 면세점업체. 만약 롯데가 WDF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14.53%로 올라 세계 1위 듀프리의 점유율 15.86%에 근접한 2위 자리를 한번에 꿰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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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제공=롯데면세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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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 신흥주자 등장… 시내면세점 혈투 ‘눈앞’
롯데와 호텔신라 간 양강대결이 면세점 대전의 시작을 알렸다면 오는 6월 예정된 서울 3곳과 제주 1곳의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은 업체간 전면전 양상이 예상된다.
우선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가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전에 세번째로 출사표를 던졌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마저 전사 전략회의를 통해 직접 시내면세점 유치 의지를 피력했을 정도다. SK네트웍스가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고려 중인 곳은 신촌, 홍대 등 서울 서북부지역과 SK 건물들이 위치한 도심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과 현대산업개발도 시내면세점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백화점은 입찰참여에 앞서 별도 법인을 세우고 조만간 터 선정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무역센터점(강남), 신촌점(서대문), 천호점(송파·강동), 동대문 케레스타 등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용산 아이파크몰을 면세점사업지로 일찌감치 정했다. 사업권을 확보하면 아이파크몰 문화관 3~4층을 면세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역시 올 1월 “서울 시내면세사업권을 반드시 따내 아이파크몰을 2020년까지 매출 1조2000억원의 글로벌 쇼핑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들 기업 외에 ▲충무로 본점과 강남 센트럴시티점을 후보지로 내놓은 신세계그룹 ▲서울시청 인근 한화그룹 소유의 한화빌딩과 한화손해보험빌딩을 유력한 입지 후보로 검토 중인 갤러리아백화점 ▲기존 ‘빅2’인 호텔신라와 롯데 등도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어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는 6~7곳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