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기자의 9호선 체험기] 사당역 vs 염창역

지난 28일 2단계 구간이 개통하며 ‘지옥철’ 9호선에 대한 우려가 많다. 기자는 2단계 구간 개통 후 이틀차인 지난 31일 출근 경로를 바꿔 9호선에 직접 탑승해봤다.

기자가 직접 살펴본 경로는 가양역에서 여의도까지. 지하철 혼잡도 집계에서 237%가 집계된 염창-당산 구간이 포함됐다.

◆일찍부터 시작된 ‘출근대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가양역으로 나섰다. 가양역에 도착하니 6시40분이라는 이른 시각에도 출근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10번출구 앞에서는 파란조끼를 입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나와 8663번 무료버스를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니 대체 버스 운영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내려온 승객들에게 대체노선인 버스 탑승을 권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하지만 버스 탑승을 위해 발길을 되돌리는 사람들은 없었다. 승강장에 도착한 시각은 7시 10분, 이른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은 이미 승강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량진역으로 간다는 한 청년은 “항상 이 시간에 나오는데 이전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기사가 나오며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논현 역에서 하차한다는 한 직장인은 “뉴스를 보고 집에서 나오는 시간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승강장에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열차는 약 2분~5분 간격으로 도착하며 쉴틈 없이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처음 들어온 일반 열차는 어느정도 여유를 가지고 승강장에 서 있는 사람들 중 급행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탑승하지 않은 승객을 제외하고 모든 승객을 실었다. 하지만 이어 도착한 급행열차는 발디딜틈 없이 사람들이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탑승한 청년은 몸을 뒤로 돌려 탑승한 승객들을 누르듯 밀어 공간을 마련해 탑승했다.

그 이후로 도착한 열차들은 승강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싣지 못했다. 승객들은 익숙하다는 듯 줄을 서 다음열차를 기다렸다. 기자도 사람들을 따라 승강장에 줄을 섰다.

급행열차 한대가 지나가고 7시33분쯤 들어온 일반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시루처럼 눌려 지하철에 탑승했다. 그야말로 ‘지옥철’이었다. 하지만 이는 출근객들이 몰리는 이 시간대 다른 노선과 큰 차이가 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기자는 이 시간대 사당역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2호선을 자주 탑승하는데 사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그곳의 상황보다는 양호했다. 사당역에서는 지하철 3대를 보내고도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9호선 운영’측은 “지난 25일부터 기존 운영하지 않던 4대의 차량을 아침시간 운영하기 시작해 혼잡도는 이전보다 오히려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염창역이 ‘피크’

가양역을 출발한 열차는 다음역인 증미역에 도착했다. 내린 사람보다 탑승한 사람이 훨씬 많았지만 더 이상 사람을 수용할 수 없을 것 같던 열차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탔다. 등촌역에서는 다행히 내리는 사람이 탑승객보다 많았다. 열차는 이윽고 염창역에 도착했다. 염창역은 서울시 측이 이날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한 구간이다.

염창역에 들어선 열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하지만 탑승을 기다리는 줄 또한 엄청났다. 사람들이 열차를 비집고 들어오며 종종 신음소리가 났다.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역사에 배치된 직원들이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에게 “다음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말과 함께 막아섰고 열차는 출발했다.

염창역을 지나자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특히 당산역을 지나고 부터는 전철내 밀도가 조금 낮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허락됐다. 다만 당산역에서도 한번에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기자가 느낀 밀도하락은 승객이 줄었다기 보다는 안전을 위해 배치된 직원들이 탑승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열차는 기자의 목적지인 여의도역에 도착했고 기자는 많은 인파에 휩쓸려 열차에서 내렸다. 여의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렸음에도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지 열차에는 한번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체감상 ‘2호선과 비슷’… 앞으로가 문제

‘지옥철’ 9호선을 이용해본 결과 기자가 체감한 혼잡도 자체는 2호선 사당역에서 역삼역 구간 정도의 수준이었다. 다만 높은 밀집도를 보이는 구간이 훨씬 길다는 점은 탑승객의 피로도를 훨씬 높였다. 또한 2단계 구간 개통후 첫 평일인 지난 30일부터 출근인파가 몰리는 시간대도 훨씬 길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탑승객이 훨씬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30일 서울시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신설된 5개 역사(언주, 선정릉, 삼성중앙, 봉은사, 종합운동장)의 승객은 6650명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는 신설 노선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이 지하철로 전환하는 속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앞으로 9호선 이용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는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이 개통되면 연말까지 일평균 이용객이 16만명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서울시가 마련한 대체노선의 이용률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대체버스 이용률이 전날보다 22.7%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각과의 전쟁’을 펼치는 직장인들이 시간이 더 걸리는 대체노선을 얼마나 더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증차 뿐이다. 서울시는 내년 9월 20량을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총 70량을 순차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일 아침 ‘지옥’을 겪는 직장인들에게 내년 9월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