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에요.” 

“자동차는 움직이는 사무실이 될 것입니다.”

5세대 이동통신 ‘5G’가 IT업계를 장악했다. 스마트폰 후면 커버에 4G(4세대 이동통신)를 단 게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업계는 어느덧 5G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5G가 우리 미래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미래혁신의 토대가 될 5G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도 원대하다. 오는 2020년 상용화(목표)를 앞두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후보기술에 대한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묻는다. 5G가 대체 뭐냐고.

◆“영화 다운? 10초면 돼”


#. 2020년 6월25일 오전 9시. 당신은 지금 출근을 위해 무인자동차에 탑승했다. “사무실.” 짧게 말하자 당신의 자동차가 5G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산출해 이동을 시작한다. 핸들로부터 자유로운 당신은 이동 중 화상 전화로 각국의 사업자들과 회의를 갖는다. 모든 자료와 대화는 실시간으로 번역돼 당신 앞에 나타난다. 회의가 끝날 무렵 전화 한통이 걸려오고 당신의 눈앞에 자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진다.

이 같은 그림이 머지않았다. KT가 지난 3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5’에서 그려낸 이 가상현실은 5G 기술을 뒷받침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사무실로 변하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세계이동통신박람회 MWC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5G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황창규 KT 회장이 세계이동통신박람회 MWC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5G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스1 DB

5G는 아직까지 딱 떨어지는 정의를 갖고 있지 않다. 전파기술·전기통신망 표준화를 논의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 6월 중순 열린 전파부문 회의에서 5G의 새로운 명칭과 핵심성능 요구사항에 대한 초안을 합의한 정도다. 앞으로 193개 회원국의 회람을 거쳐 이번 초안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이전까지 5G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 어떤 곳은 최대 전송속도를 100Gbps로, 또 어떤 곳은 10Gbps로 정의했다. Gbps(1000Mbps)는 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지 나타내는 단위로 1Gbps는 1초당 약 10억비트의 데이터 전송을 의미한다.

ITU는 5G의 개념을 최대 전송속도 20Gbps, 체감 전송속도는 어디에서든 100Mbps 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는 초고화질(UHD) 영화 1편을 10초 이내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10초란 속도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최근 이동통신의 속도경쟁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올해 초 “기존 LTE보다 4배 더 빨라졌다”며 이통3사가 광고한 ‘3밴드 LTE-A’의 최대 전송속도는 300Mbps로 UHD 영화 1편 다운로드 시 8분이 걸린다. 5G와는 166배의 차이다. 지난 6월 초 상용화를 시작한 ‘기가 LTE’는 3밴드 LTE-A보다 4배 빠른 1.17Gbps로 UHD 영화를 2분6초 만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현존하는 통신기술 중 최대 속도를 자랑하지만 10초대의 5G와 비교하면 과도기에 그친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은 이를 “4G에서의 3시간은 5G시대의 1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무인자동차가 주변 환경 파악을 위해 1초당 1GB의 정보를 처리한다”면서 “앞으로 수십억대의 자동차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시 또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기기 등 수많은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동시 접속하는 경우를 생각했을 때 지금의 LTE 네트워크(4G)로는 미래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방대한 미래의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5G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통사 속도경쟁, '5G'는 도대체 또 뭐야?

◆1초도 긴 시간 ‘1000분의 1초’
이러한 차세대 네트워크 5G는 우리 사회 다방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근간으로 주변의 모든 단말이 인터넷에 연결돼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홀로그램 같은 현실과 가상 간 경계를 넘나드는 서비스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체험기기 ‘기어VR’을 통해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지만 5G 시대에선 ‘실시간성’이 더해질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이를 ‘촉각서비스’로 표현하며 자극을 가할 경우, 이를 바로 느낄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격 정밀수술 같은 경우 1초의 딜레이도 허용할 수 없다”면서 “5G는 1000분의 1초 이내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전달속도가 빨라져 1초의 지연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5G의 지연시간(응답시간)은 1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다. 업계에서는 5G 기술을 접목해 원전사고 현장에 투입 가능한 재난로봇이나 원격수술을 진행하는 의료로봇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5G의 상용화 시기는 오는 2020년이다. 우리나라는 2년 앞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기술에 대한 시범서비스를 일부 선보일 예정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통신파트너사인 KT는 올림픽 경기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도록 5G 기술과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홀로그램, 4D,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선수의 안전모에 부착된 UHD 카메라를 통해 선수가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움직임을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바라본 역동적인 모습을 잡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실시간으로 지연없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며 그 바탕은 5G 이동통신 기술이 뒷받침 한다.

정부 또한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미래 성장 동력으로 5G 이동통신 기술을 꼽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5G 표준화에 우리나라 기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평창올림픽에서도 성공적인 5G 모범사례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