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비해 낮은 노후소득보장
세계노인복지지표는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의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 개발됐다. 노인의 사회·경제적 복지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세계 최초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세계노인복지지표는 크게 노인복지수준을 ▲소득의 안정성 ▲건강상태 ▲고용 및 교육 ▲사회환경 등 4개 영역의 13개 지표를 기준으로 조사 분석했다. 올해 우리나라 노인복지수준은 전체 96개국 중 60위를 차지해 경제규모(13위, 지난해 IMF기준) 및 소득수준(31위)에 비해 노인복지 수준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50위)보다도 10계단 하락한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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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DB |
우리나라 4개 영역의 구체적인 노인복지지표를 살펴본 결과 노인의 소득안정성 부문이 82위로 가장 취약했다. 이는 ‘한국의 노인은 매우 가난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 부문은 태국,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보다 훨씬 낮으며 르완다, 우간다 등 아프리카 최빈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사대상국 96개국 중 65세 이상 노인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연금을 받는 나라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 총 21개국에 이르지만 우리나라의 ‘연금소득보장’은 전체 96개국 중 52위로 평균에도 못 미쳤다. 노인빈곤율 역시 48.5%(1위)로 전체 평균(13.4%)의 2.8배에 달했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가난한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노인의 ‘상대적 복지수준’에서는 남미국가들이 높은 순위(브라질 1위, 콜롬비아 2위, 파나마 7위)에 올랐다. 반면 우리나라(93위)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2012년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지수)는 0.43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노후에 상당히 낮은 ‘소득보장’을 받는다. 앞으로 연금수준의 적정성과 보편적인 복지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적인 논의와 고민이 시급한 시점이다.
◆한국 노인, 정신건강부문 ‘최하위’
노인의 건강상태 영역에서 3가지 지표(60세 기대수명, 60세의 건강기대수명, 상대적 심리·정신적 복지)를 점수화했을 때 우리나라는 중위권(42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육체적 건강을 나타내는 수명부문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해 장수국 대열에 들어섰으나 정신건강부문은 세계 최하위로 노인의 심리적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60세 인구는 앞으로 24년을 더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위권 국가(25~26년)와도 큰 차이가 없다. ‘60세 건강기대수명’은 세계 10위(18.3년)로 기대수명-건강기대수명의 차이가 약 6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관리를 통해 건강기대수명을 늘려 생애후반 마무리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심리·정신적 삶의 만족도’(35~49세 응답자대비 50세 이상 응답자의 비율)는 90개국 중 88위로 세계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노인의 심리·정신적 건강관리 부문의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또 우리나라 노인들은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어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연령대별 고용률 부문에서 60~64세가 58.3%로 20대 57.4%보다 0.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시작한 1963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직접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한국 노인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노인고용과 취업률이 높은 국가로 인식되지만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매우 열악한 수준임을 감안해야 한다.
근로 희망 사유가 남자의 경우 ‘생활비에 보탬’(54.3%)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일하는 즐거움’(39.5%)이었다. 높은 고용률과 취업률이 바람직하다거나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회적 연결, 신체적 안전, 시민의 자유, 대중교통 접근성과 4가지 지표를 통해 산출한 우호적 환경수준(Enabling Environment)은 96개국 가운데 54위를 기록, 노인이 생활하기에 다소 불편한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91개국 중 35위)보다 19계단이나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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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는 ‘시민의 자유항목’은 베트남이나 인도, 중국, 멕시코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사회적 환경 및 안전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매우 불안해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