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꿈틀거린다. SK케미칼의 유상증자를 지휘하는가 하면 지난해부터 이 회사 주식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와 SK C&C의 합병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최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단연 관심의 대상이다. 다름 아닌 계열분리 가능성 때문.

최종건 창업주 회장의 3남인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최신원 SKC 회장의 동생이다. 수년 전부터 SK그룹은 최태원-최재원(SK E&S 부회장) 형제와 최신원-최창원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최 부회장은 최신원 회장과 더불어 이미 SK그룹의 일부 계열사를 독립 경영하고 있다. 다만 최신원 회장과 최 부회장이 보유 중인 SK그룹의 지분을 놓고 보면 계열분리 가능성은 최 부회장이 맡고 있는 SK케미칼 쪽에 더 쏠려왔다.

SK케미칼. /사진=머니투데이 DB
SK케미칼. /사진=머니투데이 DB

◆'이유있는' SK케미칼 유상증자
최 부회장의 최근 행보 중 계열분리설에 힘을 실어주는 최대 이슈는 바로 SK케미칼의 유상증자다. SK케미칼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346만208주를 주당 5만7800원에 발행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화학 및 제약 사업의 시설자금에 1088억원, 운영자금에 912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우리사주조합에 20%가 우선 배정됐다. 나머지 276만8167주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발행키로 한 상황. 1주당 신주배정주식 수는 0.1355378680주이고 청약일은 12월 3~4일이다. SK케미칼은 올해 안에 유상증자의 모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SK케미칼의 이번 증자를 놓고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해석한다. 지난 1999년  600여만주의 주주 우선공모 증자를 마지막으로 무려 16년 만의 유상증자인 데다 그동안 운영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서만 조달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 부회장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해 SK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보통주 기준으로 현재 SK케미칼의 주요 주주는 최창원 부회장(306만주, 14.68%), 국민연금(220만3045주, 10.57%), 최영근씨(28만7531주, 1.38%), 최지 씨(8만9793주, 0.43%), 최정원씨(3만8085주, 0.18%), 최신원 SKC 회장(1만1700주, 0.06%) 등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증자 참여가 확실시되는 만큼 배정비율 0.135를 적용할 경우 최 부회장은 총 41만4745주의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증자 이후 최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347만4745주로 늘어나지만 지분율이 14.30%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 사진제공=SK케미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 사진제공=SK케미칼

◆ 타사 주식 팔아 SK케미칼에 '올인'
사실 SK케미칼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최 부회장은 증자 이전에도 여러번 이 회사 주식 매입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377억원을 들여 태영건설이 갖고 있던 SK케미칼 주식 62만 3000주를 매입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8월 200억원을 투자해 SK케미칼 보통주 31만 4239주를 장내 매수했다. 그 결과 10.18%에 불과했던 최 부회장의 지분율은 현재의 14.68%로 상승했다. 최 부회장 이전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었다.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 확대가 관심을 끄는 것은 계열분리의 '퍼즐'이 맞춰진다는 점 때문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007년 SK그룹이 순환출자구조를 탈피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때 그룹 지배구조 밖에 놓여 있었고 최 부회장의 독립 경영도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됐다. 

현재 SK케미칼은 SK가스(45.5%), SK건설(28.3%), SK신텍(100.0%), 유비케어(44.0%) 등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구조에서 최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통해 SK가스, SK건설, SK D&D, SK신텍 등을 거느린다는 게 계열분리설의 골자다.


다만 SK케미칼이 SK그룹에서 분리돼 독자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최 부회장의 지분율이 현재보다 더 높아야 한다. SK케미칼-SK가스-SK D&D라는 출자구조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SK케미칼의 지분을 확대하는 게 경영권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최 부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까지 합한다고 해도 16.97%에 불과한데, 재계에선 최 부회장이 독자경영 체제를 굳히려면 SK케미칼 보유지분을 최소 30%까지 늘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SK D&D 상장, 6개월 기다린다?

SK케미칼의 유상증자와 함께 또 하나 관심있게 지켜볼 것은 지난 6월 상장한 SK케미칼의 자회사 SK D&D다. 부동산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는 SK D&D는 지난 6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후  상장 두달 만에 주가가 공모가격의 3배 이상 오르는 등  관심을 끌었다. 

재계에선 최 부회장이 상장된 SK D&D의 지분을 팔아 SK케미칼 지분을 더 늘릴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최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유 중이던 SK가스 지분 6.1%를 전량 매각한 뒤 SK케미칼 지분 3%를 사들인 바 있다. 

그러나 SK D&D가 지난 6월 상장한 만큼 최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을 보호예수가 풀리는 올 연말께나 매각할 수 있다. 6개월 후 SK D&D의 주가가 공모가와 같고 SK케미칼의 주가도 현 주가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최 부회장은 SK D&D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약 4.2%의 SK케미칼 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부회장의 최근 2년간 행보를 요약하면 'SK케미칼의 지분율 높이기'다. 그리고 그 목적을 놓고' 계열분리'라는 시나리오가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SK케미칼 측은 최 부회장의 지분매입과 관련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것이지 계열분리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여전히 선을 그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