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3분기에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안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침체되고 수출부진이 이어졌다. 밖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국내 자본시장이 출렁거렸고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며 한국경제도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3%를 밑도는 2.7%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른바 G2(미국·중국) 사이에 낀 한국경제는 고비를 넘고 비상할 수 있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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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 ‘회복세’, 신흥국 ‘둔화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낮췄다. 지난 7월 0.2%포인트 내린 데 이어 또 0.2%포인트 떨어트린 것. 세부적으로는 미국과 유로존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IMF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0.1%포인트 상승한 2.6%로 상향조정했다. 가계부문의 소비심리 회복과 주택시장 개선이 미국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의 소비심리지표는 10월 들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16일(현지시간) 톰슨 로이터와 미시건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CSI) 예비치는 전월의 87.2보다 상승한 92.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이보다 낮으면 소비를 줄일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예비치는 100보다는 낮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미국의 주택시장지표도 세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20일(현지시간) 9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전월보다 6.5% 증가한 120만6000건을 기록, 시장의 예상치인 114만2000건을 크게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가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내년에도 2% 초반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실업률이 떨어지고 고용상황이 개선되면서 민간소비가 앞으로 미국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의 경제상황은 불안한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6.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6.8%를 간신히 넘겼지만 중국이 목표로 삼은 7%선이 6년 만에 붕괴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경기침체 원인을 제조업의 부진에 따른 수출규모 축소와 과잉투자된 설비의 조정 때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거시경제분석기관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3분기보다 낮은 6.6%와 6.5%로 전망했다. 또 세계은행(올해 6.9%, 내년 6.7%)과 무디스(올해 6.8%, 내년 6.3%)도 중국의 성장률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 성장률, 민간 “2%대” 한은 “3%대”

미국의 성장국면 진입은 일단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경기둔화가 중국시장의 수요를 위축시켜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대중국 수출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대중국 수출은 약 2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상태여서 중국의 제조업과 투자가 위축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경기둔화가 여러 대외리스크 중 가장 위협적”이라며 “중국은 최근 단기성장률이 떨어져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중장기적으로도 수출과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과 소비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하는 것이 실물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엇갈린 방향성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도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국내외 주요 민간연구기관 등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평균 2% 중후반대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2.7%, 현대경제연구원은 2.8%, 한국경제연구원은 2.6%를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전망치가 더 낮은 편이다. 무디스는 2.5%, 모건스탠리·노무라증권은 2.2%, BNP파리바는 2.4%를 각각 예상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보다 0.3% 증가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성장세의 장기간 둔화 영향으로 재고증가율이 상승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중국의 선진국에 대한 수출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여건도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외수 모두 올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회복세가 나타날 뿐 경기회복의 모멘텀은 미약한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개별소비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활성화대책으로 내수가 메르스 사태 영향에서 벗어나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다며 내년 성장률이 3%대 초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선행지수는 국내 산업생산증감률에 동행 내지 선행하는데 지난 8월 금융선행지수는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내수경기 회복 강도에 대한 전망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가 상반기 부진을 털고 반등한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측면에서 하반기 국내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다소 과도하고 연말까지는 무난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