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프랑스,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슬람국가(IS)가 락까 주민들을 볼모로 '인간 방패망'을 형성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AP통신,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IS는 락까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공습과 시리아 민주군(DFS)의 본격적인 공격 가능성에 영향을 받아 조직원을 주민들 속에 은신시키고 주민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
락까 출신으로 현재 터키에서 일하는 한 활동가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강력한 공습이 이어지고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민주군의 지상 공격 현실에 갈 곳이 없는 35만여명 락까 주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쿠르드족 민병대 등 반 IS 병력은 미국의 공중 지원 아래 지난 몇 달 동안 락까에 대한 공격을 가해 북부와 동부 일부 지역을 장악했다. 실제로 시리아 민주군은 락까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지점까지 포위망을 압축한 상황이다.
이에 IS는 시리아 민주군의 락까 탈환 공세가 본격화한 지난달 말부터 방어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IS는 주민들에게 락까 이탈을 금지령을 내렸고, 이는 앞으로의 전투에 대비해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또한, IS는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조직원들을 주택가 빈 가옥들로 분산시켰다.
소속 조직의 머리글을 딴 칼레드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활동가는 "현재 락까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IS가 주민들의 이탈을 금지하면서 이런 불안감은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IS가 락까 외 개인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소통이 사실이 막힌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활동가들은 IS가 내놓은 조치로 "조직원들이 항공 정찰을 피하려고 골목길로만 통행하도록 하거나 야간에 자동차 이용을 금지하는 것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인질 참수 동영상에 출연해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산 영국 출신 '지하디 존'을 포함한 IS의 주요 간부들이 사살된 직후 더욱 강화됐다.
IS는 락까에 이르는 주요 도로 주위에 긴 터널과 참호망을 구축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공습에 참가하는 전투기들의 시야를 가리려고 빈 타이어 위에 인화성이 강한 연료로 가득 찬 통들을 쌓아놓았다고 알려졌다.
활동가들은 또 파리 테러 참사 이후 지난 14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락까 중심부의 대사원과 부근 박물관 건물이 파괴돼 다수의 IS 조직원 외에도 13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 폭격기들이 지난 17일 러시아 전폭기들이 락까와 남동부 데이르에조르 주르의 IS 근거지에 공습을 가했으며, 이드립과 알레포 지역에 대해서도 순항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지난 15일부터 사흘째 락까에 공습을 가해 훈련소, 화약고 등을 파괴했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TF1 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전투기 10대가 락까를 공습하고 있다"면서 "락까와 데이르에조르 주변 IS 목표물을 공격하고자 내일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 호가 출항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우리는 다가오는 몇 주 동안 공습을 계속하겠다. 중단이나 휴전은 결코 없다"라고 강조했다.
핵 항공모함인 샤를드골호는 전투기 26대를 싣고 있어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에 배치된 12대와 합치면 프랑스는 총 38대로 IS를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올랑드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파리 연쇄 테러 배후인 IS와 맞서 "테러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한편이 돼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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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자료사진=뉴스1(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