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지옥 한국), ‘불지옥 반도’.
요즘 이런 신조어가 20~30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옥과 같은 대한민국을 뜻한다. 패자부활전조차 존재하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자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사람들은 ‘탈(脫)조선’이라는 말로 조롱하며 이민을 꿈꾼다.
과연 이민만이 답일까. 우리가 바꿀 수는 없을까. 사실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서도 나름대로 꿋꿋하게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주로 의류, 제빵, 중고부품 재활용 등과 같은 1차원적인 사업에 집중돼 있거나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근근이 사업을 유지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선진국의 사회적기업은 훨씬 진화됐다. 사업규모 자체가 일반기업과 경쟁해도 될 만큼 자본력을 갖췄다. 사회적 기능과 동시에 꾸준한 수입원이 있는 기업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회적기업을 소개한다.
요즘 이런 신조어가 20~30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옥과 같은 대한민국을 뜻한다. 패자부활전조차 존재하지 않는 암담한 현실을 자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사람들은 ‘탈(脫)조선’이라는 말로 조롱하며 이민을 꿈꾼다.
과연 이민만이 답일까. 우리가 바꿀 수는 없을까. 사실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서도 나름대로 꿋꿋하게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주로 의류, 제빵, 중고부품 재활용 등과 같은 1차원적인 사업에 집중돼 있거나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근근이 사업을 유지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선진국의 사회적기업은 훨씬 진화됐다. 사업규모 자체가 일반기업과 경쟁해도 될 만큼 자본력을 갖췄다. 사회적 기능과 동시에 꾸준한 수입원이 있는 기업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회적기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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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틴을 주제로 다룬 영국 TV프로그램 <제이미스 셰프> /사진=뉴시스 DB |
◆ 별을 보고 걸어가는 기업들
그라민-다농은 지난 2006년 3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과 프랑스의 식품기업 다농이 각각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회사다. 이 회사를 통해 그라민은 ‘자국 어린이의 영양보충’이라는 목적을, 다농은 ‘사회공헌’이라는 목표를 실행한다.
그라민-다농이 다농 측의 일방적인 기부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라민-다농의 타깃층은 일반기업이 외면하는 최하소득계층이지만 이들은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요구르트를 만드는 방글라데시 공장에서는 현지인을 채용하고 ‘그라민 레이디’라고 불리는 여성 방문판매원을 고용해 제품을 홍보, 판매한다. 방글라데시 현지에서는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회사 입장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로 양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만성적인 영양부족으로 설사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 방글라데시의 어린이들은 각종 비타민과 유산균이 풍부한 요구르트를 5타카(약 70원)의 저렴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2. 영국 ‘피프틴’
영국 런던 금융가 시티 북쪽에 위치한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은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15명의 불량 청소년을 모아 꾸린 레스토랑이다. 겉보기엔 허름하지만 영국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과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2. 영국 ‘피프틴’
영국 런던 금융가 시티 북쪽에 위치한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은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15명의 불량 청소년을 모아 꾸린 레스토랑이다. 겉보기엔 허름하지만 영국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과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피프틴에 채용되는 직원은 주로 가출, 알코올·마약중독, 실직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16∼24세의 젊은이들이다. 여기서 1년간의 도제식 훈련과정을 마친 젊은이들은 요리사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된다. 피프틴을 떠나더라도 고급레스토랑에 취업하거나 조그만 식당을 직접 차릴 수 있다. 훈련생의 65%가량이 요리사로 사회에 진출한다.
피프틴은 자선을 위해 식당을 찾아오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식당의 수익이 나야 그 돈으로 젊은 요리사도 양성할 수 있다는 올리버의 철칙 때문이다. 피프틴의 가격대는 세계에서 외식비가 가장 비싸다는 런던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지만 주말 예약의 경우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순서가 돌아온다.
3. 프랑스 ‘앙비’
프랑스의 가전제품 분리·수거·재활용업체 앙비(Envy)는 가전제품을 분리수거해 수리한 뒤 별도 매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3. 프랑스 ‘앙비’
프랑스의 가전제품 분리·수거·재활용업체 앙비(Envy)는 가전제품을 분리수거해 수리한 뒤 별도 매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장기 실업자는 직업훈련을 거쳐 일자리를 제공받고 저소득층은 가전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원을 재활용하는 만큼 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 저소득층에게는 판매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30여개 사업장과 해외판매망을 갖췄으며 600여명이 전일제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430명은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며 150명은 사업수익으로 인건비를 충당한다.
4. 영국 ‘빅이슈’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로 작가, 예술가,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사회와 다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다.
4. 영국 ‘빅이슈’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로 작가, 예술가,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사회와 다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 노숙자만 <빅이슈>를 팔 수 있고 서점이나 가판대에서는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노숙자들을 영국에서는 ‘벤더’라고 부른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등 10개국에서 <빅이슈>가 발행된다.
◆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해야
◆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해야
이처럼 외국의 사회적기업들은 자생적 경영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사회적기업이라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떳떳하게 경쟁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힘쓴다. 소비자가 절대로 ‘사회적으로’ 구매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변철환 함께일하는재단 경영기획팀장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회적기업이 자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다행히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사회적기업 양성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순 지원이 아닌 개별 사회적기업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사회적기업을 전문으로 다룰 수 있는 건전한 비영리단체(NPO) 육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빅이슈>, 그곳에선…
#. “안녕하세요. 희망을 전하는 잡지 <빅이슈>입니다.” 맑은 날이면 지하철역 앞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이렇게 외친다. 빅이슈 판매원(빅판)이 되기 전 그는 노숙자였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에게 노동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세상을 증오하며 2년간 그는 영등포와, 서울역, 청량리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빅판 동료들을 만나 함께 이 잡지를 팔게 됐다. 빅판이 되면서 그의 일상에도 활기가 찾아왔다. 그는 제대로 살고 싶어졌다. 착실히 돈을 벌어 임대주택을 얻고 커피숍도 차릴 계획이다. 그의 새로운 인생 2막이 열리고 있다.
‘거리의 천사들’에서 시작된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는 18년 동안 홈리스 자활을 지원해온 비영리민간단체다. 2010년 7월 <빅이슈> 첫호를 발행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현재 600여명의 홈리스가 빅판으로 활동 중이고 이 중 70여명이 임대주택에 입주,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 “안녕하세요. 희망을 전하는 잡지 <빅이슈>입니다.” 맑은 날이면 지하철역 앞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이렇게 외친다. 빅이슈 판매원(빅판)이 되기 전 그는 노숙자였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에게 노동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세상을 증오하며 2년간 그는 영등포와, 서울역, 청량리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빅판 동료들을 만나 함께 이 잡지를 팔게 됐다. 빅판이 되면서 그의 일상에도 활기가 찾아왔다. 그는 제대로 살고 싶어졌다. 착실히 돈을 벌어 임대주택을 얻고 커피숍도 차릴 계획이다. 그의 새로운 인생 2막이 열리고 있다.
‘거리의 천사들’에서 시작된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는 18년 동안 홈리스 자활을 지원해온 비영리민간단체다. 2010년 7월 <빅이슈> 첫호를 발행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현재 600여명의 홈리스가 빅판으로 활동 중이고 이 중 70여명이 임대주택에 입주,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격주로 발행(매월 1·15일)되는 빅이슈의 가격은 5000원이다. 이 중 절반인 2500원은 빅이슈 판매원의 수익으로, 나머지 2500원은 회사 수익으로 돌아간다. 순익 중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한 나머지는 빅이슈 판매원의 의류 및 물품지원, 임대주택 입주 시 생활필수품 지원, 각종 교육프로그램 운영사업 지원 등에 사용된다.
빅이슈 판매원 외에 고용된 직원은 20명 이상으로 정규직이다. 빅이슈코리아 관계자는 “급여 부분은 다른 기업에 비해 부족할 수 있지만 근로자에게 주어져야 할 기본 복지는 빠짐없이 제공된다”며 “빅이슈코리아는 최소한의 ‘보호망’이자 ‘관계망’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