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의 불확실성이 가장 잘 나타난 곳은 주식시장이다. 허가를 받은 업체와 탈락한 업체의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 예비인가를 획득한 카카오의 ‘한국카카오은행’과 KT의 ‘케이뱅크’ 관련주는 급등세를 보이다 한풀 꺾였다. 반면 인터파크가 주도한 ‘아이뱅크’ 관련주는 낙폭을 서서히 회복하는 중이다.
◆ 주가 급등락, 선반영된 기대감 때문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업체를 선정한 날은 지난달 29일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카카오와 KT다. 인터파크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발표 당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이들 업체의 주식거래는 다음날인 월요일로 미뤄졌다. 하루간 참았던 투자자들의 매수수요가 폭발하듯 지난달 30일 카카오와 KT는 전 거래일 대비 4~9% 갭상승을 보였다. 반면 탈락한 인터파크의 주가는 9%대 빠진 채로 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주가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장중 12%까지 치솟으며 주당 13만원을 넘나들던 카카오는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고 3%대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3거래일간 연일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KT도 장중 5%대의 오름세를 보이다가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인터파크의 주가는 반대로 장중 3%까지 낙폭을 회복했다.
첫날 이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락한 상황에서 반발 매수와 매도가 이뤄진 것은 인터넷은행 선정 기대감이 발표 이전부터 반영됐기 때문이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증시 격언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 진출이 이들 관련주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바일시대에 맞게 만들어진 금융서비스임을 감안할 때 카카오와 KT는 새로운 금융플랫폼과의 연동을 통해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 및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모바일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KT의 경우 금융서비스와 연계된 결제, 멤버십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서비스 확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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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 참여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
◆ 보안관련 중소형주, 단기적 수혜
인터넷은행의 본격적인 시작은 내년 하반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본인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은행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6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사업 개시 이후 흑자를 낼 때까지 3~5년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단기에 카카오나 KT가 수혜를 입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만 인프라 구축과정에서 다른 종목보다 먼저 실적을 낼 수 있는 보안관련주나 중소형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성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은행들도 고객들에게 온라인·모바일서비스를 제공 중이어서 인터넷은행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사업권 자체에 대한 시각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컨소시엄에 포함된 회사 가운데 상장 중소형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주가상승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로엔, 코나아이, 모바일리더, GS리테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한국정보통신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모바일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바일리더는 지난달 30일 시초가부터 상한가를 기록해 한번도 움직이지 않은 일명 ‘쩜상’을 기록한 후 3거래일째 상승폭을 반납하지 않았다. 유무선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날도 같은 날 7% 치솟았다가 큰 반발없이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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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금리대출시장, 신용평가사 ‘주목’
금융위의 예비인가 발표 후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는 사업계획 설명회를 열고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카카오은행은 기존 ICT 본업과 금융서비스 시너지를 통해 추가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3년 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케이뱅크는 빅데이터 기반의 중금리 간편대출과 편리한 금융서비스 이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초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발하며 3년 내 흑자전환, 6년 뒤 손익분기점 달성, 10년 뒤 약 20조원의 총자산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인터넷은행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수익창출은 몇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대출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돼 수익이 실현되는 시점에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수혜가 기대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담보위주 대출 관행에서 점차 소액신용대출 및 할부 등으로의 대출관행 변화가 이뤄질 경우 개인신용정보 활용을 통한 신용리스크 축소가 앞으로 수익성 확보의 관건”이라며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신용평가사의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 애널리스트는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과점시장이기 때문에 성장의 과실은 소수의 신용평가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직접적인 수혜를 누릴 기업으로 NICE신용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서울신용평가 등을 제시했다. 특히 NICE신용평가는 66%의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라며 최선호종목으로 추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