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은 농지가 적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생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육지에서 각종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섬에서는 새로운 산업체가 생기기 힘든 구조다.
섬에 사는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많은 육지로 나가서 살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섬은 인구가 늘지 않아 부동산수요도 증가하지 않고 부동산가격 역시 정체된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외딴섬이라도 특성에 따라 땅값이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투자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크게 늘고 교통여건이 개선돼 개발호재가 생기면 지가 상승을 기대하는 섬 주민 외에 육지인까지 투자하면서 섬의 부동산값이 급격히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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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3무 5다’ 울릉도, 땅값 고공행진
60년대의 걸그룹인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의 가사처럼 육지에서 울릉도에 가려면 울렁거리는 멀미를 각오하고 10시간 넘게 배를 타야 했다. 지금은 파도 따라 흔들리는 연락선이 사라졌고 옆으로나 위아래로 흔들림이 거의 없는 선박을 타고 간다.
육지에서 출발해 2시간30분(강원도 묵호-울릉) 또는 3시간(경북 포항-울릉)이면 울릉도에 닿는다. 선박기술의 발전으로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었지만 날씨만큼은 어쩔 수 없어 연간 선박결항률이 25%나 된다. 울릉도에 갔다가 돌아오려는 날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4분의1이나 되는 셈이다.
울릉도에는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 해서 ‘3무(無) 5다(多)’ 섬이라고 불렸다. 가수 이장희는 청정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괴석, 천혜의 해안절경을 가진 울릉도를 여행한 후 첫눈에 반해 송곳바위 아래에 집을 마련했다.
‘울릉도는 나의 천국,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고기 잡네, 가을이면 별을 헤고 겨울이면 눈을 맞네. 성인봉에 올라서서 독도를 바라보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주오’. 그가 작사·작곡한 ‘울릉도는 나의 천국’의 노랫말이다.
천국과 같은 곳, 성인봉(984m) 북쪽 비탈면에 칼데라화구가 무너져내려 생긴 나리분지(면적 1.5~2.0㎢)를 제외하고는 넓은 평지가 없는 울릉도의 땅값이 크게 오를 줄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2013년 전국 땅값이 5년째 평균 4.07%의 상승률을 기록할 때 울릉도는 2배가 넘는 10.3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2014년 전국 251개 기초지자체 대부분의 개별공시지가가 올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곳도 경북 울릉군이었다. 연간 상승률이 33.14%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그해 수도권 상승률은 3.23%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울릉도의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아 울릉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인 도동항 주변의 공시지가가 3.3㎡에 1300만원에 달했다. 실제 거래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상업부지의 경우 3~4년 전 3.3㎡당 16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3000만원까지 올랐다. 울릉도 땅값 상승의 배경은 일주도로 개설사업, 해양연구센터 건립,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풍성한 개발사업이다. 해안일주도로는 2011년 공사가 시작돼 진행 중이며 일부 구간에서는 아직 자동차 운행이 불가능하다. 오는 11월29일 준공할 예정이다. 해안일주도로가 완성돼 관광버스나 렌트카 등으로 온전하게 섬을 돌 수 있게 되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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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사진=이미지투데이 |
도서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및 소득증대를 위해 추진하는 울릉도 도서종합개발사업은 10개년 계획에 따라 2017년까지 진행된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3일 울릉도 공항건설사업의 본격 추진계획을 밝혔다. 넓은 평지가 없어 공항을 건설하려면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데 수심이 깊어 5805억원의 큰 돈이 투입된다. 공항이 완공되는 2021년쯤에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이내에 울릉도에 갈 수 있다.
◆흑산도, 1시간이면 ‘OK’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아득하게 먼 육지를 바라보며 그리움으로 가슴이 타들어 가는 흑산도 아가씨를 노래한 이 곡은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 중 하나다. 이곳은 산과 바다가 검게 보여 ‘흑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인 손암 정약전과 면암 최익현의 유배지였던 섬, 유배지로 활용하기 딱 좋게 멀고 아득한 외딴섬 흑산도에도 공항이 건설된다. 지금은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가려면 KTX-버스-여객선 등을 갈아타며 9시간 동안 고생해야 하지만 앞으로 공항이 건설되면 항공기를 타고 1시간 만에 갈 수 있다.
실시 설계가 완료되면 2017년 초부터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흑산공항에 투입되는 비용은 울릉공항보다 훨씬 적은 1835억원이고, 개항예정일도 울릉공항보다 1년 빠른 2020년이다.
울릉공항과 흑산공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형공항으로 폭 30m, 길이 1200m의 활주로에 50인승 항공기가 오간다. 이착륙을 합한 시간당 최대 수용인원은 울릉공항 382명, 흑산공항 367명이다.
섬이 많은 나라 한국에서 섬은 예전의 섬이 아니다. 육지에 가까운 섬인 강화도, 안면도, 압해도, 증도, 사옥도, 지도, 진도, 완도, 고금도, 조약도, 소록도, 거금도, 나로도, 백야도, 돌산도, 추도, 거제도 등은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됐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은 교통편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공항이 건설되고 항공기가 운항하면 교통편의성이 향상돼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관광객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국토부의 예상에 따르면 공항이 개항하면 연간 방문객이 울릉도의 경우 2013년 46만명에서 80만9000명으로, 흑산도는 36만명에서 76만1000명으로 두배가량 증가한다. 이처럼 지역경제 활성화의 잠재력이 높아짐에 따라 부동산가격 상승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