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펀드가 출시됐다. 기존 해외펀드는 100만원의 수익을 거두면 15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냈다. 반면 국내주식형펀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둘 사이에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이하 비과세해외펀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시됐다.
지난달 29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첫번째 1호 펀드를 가입하며 비과세해외펀드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팔린 펀드의 규모가 110억원. 그동안 비과세해외펀드 출시를 기다려온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비과세해외펀드는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펀드 개수와 금융기관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가입과 해지는 2017년 말까지 자유롭고 가입 시점부터 10년 후까지 비과세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등 고액자산가부터 소규모 투자자까지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번에 전체 자산운용사에서 출시된 비과세해외펀드는 총 310개다. 각 국가·권역·투자전략별로 다양한 펀드가 나왔다. 이제 투자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펀드를 골라 담으면 된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펀드전문가 3인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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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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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안, 유가 하락 등으로 글로벌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늦어지고 유럽과 일본에서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표명한다면 글로벌증시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크다. 특히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 정례회의에서 통화완화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전망에 부합하는 정책이 나올 경우 경기지표 개선과 함께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주식형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동성 리스크를 중앙은행이 사전에 차단하면서 투자심리의 안정성이 지속되는 점이다. 다만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영국기업들의 대 EU 무역비용이 증가해 경기침체를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도 이를 알고 있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투자자가 4~5개의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공격적 성향의 경우 이 중 3~4개를 선진국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3월 글로벌정책 공조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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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시장과 글로벌 헬스케어시장에서 매우 우수한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다만 개별국가와 테마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 분산투자’라는 기본전략에 일부 성장성 투자를 추가하는 ‘중심-위성전략’(core satellite)을 추천한다.
비과세해외펀드에 장기로 투자할 때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과거 46년간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선진국시장에 10년간 분산투자한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빈도가 약 3%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진국펀드를 중심으로 신흥국과 헬스케어펀드를 적절히 섞는 전략을 추천하는 이유다.
다만 글로벌 분산투자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손절매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 10년간 투자를 유지하면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1년 투자 시에는 23%, 20% 이상 손실이 발생한 경우도 5%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또 비과세해외펀드는 섣불리 손절매에 나섰다가 2018년 이후 추가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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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은 해외주식시장 리스크뿐 아니라 환율 및 정치적 요인 등 다양한 리스크가 동반된다. 따라서 특정 시장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보다 자산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특히 투자시점을 분산해 평균단가를 낮추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비과세해외펀드의 한도가 3000만원인데 3000만원을 일시에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2017년 말까지 한도 내에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 남은 2년여의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일정규모의 금액을 불입하는 방식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
비과세해외펀드 출시 이후 펀드슈퍼마켓에서는 중국지역 펀드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고 북미지역과 글로벌분산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는 측면과 글로벌시장을 좌지우지하는 G2국가인 점을 봐야 한다. 최근 한자녀정책이 폐지되면서 중국 인구의 힘이 글로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전망이다.
Q. 기존에 갖고 있던 해외펀드도 비과세되나.
A. 안된다. 이번에 출시된 비과세해외펀드는 기존펀드와 다르게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해외펀드로 비과세 받으려면 새로 나온 전용펀드로 갈아타야 한다.
Q. 2017년 말 이후에는 가입할 수 없나.
A. 가입할 수 없다. 금액을 더 납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컨대 2017년에 한개의 비과세해외펀드에 2000만원을 넣은 투자자라면 2018년에 돈을 더 투자할 수 없다. 또 다른 비과세해외펀드로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10년의 세제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신중해야 한다.
Q. 여기서 나온 수익은 모두 비과세인가.
A. 아니다. 해외주식을 매매하거나 펀드의 평가차익·환차익만 비과세다. 주식배당·채권수익·이자소득·환헤지수익 등은 세금이 부과된다. 가령 비과세해외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한 후 펀드평가차익으로 300만원, 해외주식의 배당수익으로 30만원이 발생했다면 300만원은 비과세되고 배당수익 30만원의 15.4%인 4만6800원이 세금으로 부과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