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권의 순위가 엇갈렸다. 영원한 맏형이라고 믿었던 은행의 순수익이 줄면서 1위 자리를 보험사에 내줬다.

보험업계는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금융권 순수익 1위 자리를 지켰다. 보험사의 순이익 규모는 은행의 2배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8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3조5000억원인 반면 같은 기간 25개 생명보험사와 31개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6조27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수익이 쪼그라들었지만 보험사들은 험난한 파도를 이겨내며 꿋꿋하게 수익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보험사, 올해도 약진 이어가나

보험사의 수익성 개선은 이른바 생보사 빅3(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영향이 컸다. 특히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보험업권 전체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한화생명은 전년 대비 20.99% 늘어난 50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5721억원의 순이익을 낸 교보생명은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8.3% 감소한 삼성생명 역시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신한은행(1조5000억원)을 거의 따라잡았고 우리은행(1조2000억원)과 KB국민은행(1조원), 하나은행(9000억원)을 뛰어넘었다.

보험사의 약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동부증권은 삼성생명이 올해 전년 대비 26.5% 증가한 1조53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고 HMC투자증권은 한화생명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8.6% 늘어난 576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두자릿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측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자동차보험과 장기위험 손해율의 동시 개선에 따라 손보업계의 이익 증가가 2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일부 보험사들이 은행영역에 끼어들면서 업권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이 사활을 건 핀테크사업에 보험사도 뛰어들면서 수익 다각화를 노리고 있는 것.


실제 은행들은 비대면 실명인증계좌를 비롯해 중금리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모바일뱅킹·대출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또 간편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는 등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지만 앞으로 보험사도 핀테크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해 앞으로 경쟁자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예측이다.



[머니포커스] 생보 빅3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중금리 대출상품인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을 보험업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 특히 이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략지원실 부실장이 이끌어 눈길을 끈다.
한화생명은 이를 위해 전통적 신용평가모형과 빅데이터 신용평가모형을 결합, 신용등급을 세분화하고 온라인 대출신청과 전산자동심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사업으로 기존 신용평가가 변별하지 못했던 중위등급의 우량고객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한화생명은 기대한다. 또 한화생명은 보험사로는 유일하게 인터넷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도 온라인보험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구체화 했다. 보험사에 집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IT기반의 ‘보험+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을 구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래에셋생명은 IT기술 및 시스템을 개발하는 IT지원본부와 온라인보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모바일비즈니스본부를 총괄하는 ‘디지털비즈니스부문’을 신설, 온라인보험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신한생명도 디지털시너지부를 신설하는 등 핀테크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핀테크분야에서 보험영역을 강화해 수익을 늘리는 보험사도 눈에 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모바일슈랑스’ 서비스가 그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온라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개장한 것도 빅데이터 및 인터넷보험 등 핀테크 역량을 강화하는 데 불을 당겼다.

◆보험사 실적개선 비결, 비용절감

보험사가 금융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수익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비용절감에 있다. 한화생명은 2014년 약 900명에 달하는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같은 해 삼성생명은 1000여명, 교보생명은 58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물론 시중은행도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희망퇴직으로 지출되는 일회성 비용이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수익성 부문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다. 금리하락은 영업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지만 이미 보유한 채권의 가치를 높여준다.

영업강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생보사의 경우 보장성보험 판매가 이익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3분기 보장성보험 신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15.0%, 한화생명은 9.7%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손해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인상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손해보험협회의 업체별 보험료 인상률 공시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가 모두 실손보험료를 대폭 인상했다. 삼성화재가 평균 22.6% 올렸고 현대해상은 27.3%, 동부화재는 24.8%, KB손해보험은 18.9% 각각 인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