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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누리 눌에스테틱 원장.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
쉽지는 않았다. 스포츠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6개월 동안의 합숙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를 위한 합숙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당시에는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합숙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칠 때까지 운동장을 몇 바퀴고 도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아침 먹고 연습, 점심 먹고 연습, 저녁 먹고 또 연습, 그러다 잠이 들었다. 물론 국제대회가 다가오면서는 밤샘작업하기 일쑤였다.
“저는 국가대표가 된 빠른 케이스였어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거죠. 당시에는 2년마다 열리는 대회의 전·후년도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 총 4명이 경합해서 국가대표를 뽑았습니다.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6년, 7년 동안 노력해서 국가대표가 된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온 길이라 그런지 누구 한 명 포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수차례 우승을 거머쥐면서 ‘기능 강국’으로써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당시 피부미용 부문은 처녀출전이어서 그랬을까. 국제기능올림픽 자체가 피부미용 업계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랬기에 인정해주는 곳도 없었다. 생각보다 낮은 임금에 시간까지 모두 일에 투자해야만 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다보니, 낮은 임금에 제 시간을 모두 투자할 수가 없었어요. 체인점을 갖고 있는 업체 입장에서는 빨리 인재를 키워서 투입해야 합니다. 그런 곳에 들어가면 밑바닥부터 시작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인천에서 직접 개인 에스테틱 숍을 열었습니다.”
◆힐링을 선물하는 피부미용사
피부미용사는 사람의 모든 피부를 관리한다. 고객의 피부타입을 알려주고 평소 관리방법과 제품에 대한 조언을 한다. 더 나아가서는 대체의학요법으로 체형교정을 하거나 통증 관리를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면서 고객이 힐링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피부만 케어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한 직업이다.
“추천해준 관리나 제품을 통해 고객의 피부가 개선되고 건강해졌을 때, 고객의 만족도가 높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한번은 생리통예방에 좋은 세정제가 있어 고객님께 추천해드렸는데 그 분의 따님이 쓰시고 생리통이 정말 없어졌다며 정말 좋아하셨던 적도 있어요.”
가장 힘든 순간은 관리가치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을 때다. 20대 초반의 얼굴만 보고 상담부터 안 들으려는 고객도 있다.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손님을 만날 때도 있는 것. 그럴 때는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그렇다고 기죽지는 않는다. 전누리씨는 ‘노안화장을 할 수도 없잖아요?’라며 웃었다. 어리기 때문에 좋은 점이 더 많다. 특히, 동종업계 선배들에게 배우는 점이 많다.
“같은 지역 내 피부미용 원장님들끼리 모임이 있어요. 나오시는 분들이 다들 저보다 나이가 2배 정도 많습니다. 저는 그런 모임이 좋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회 준비를 해오면서 언니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항상 연령대가 있는 분들하고 붙어있으니까 배우는 게 많아서 좋아요. 특히 피부미용을 오래하셨던 분들이라 또래들보다 배울 점이 많습니다.”
◆자격증은 기본, 옵션은?
피부미용는 자신만의 내세울 무언가가 없으면 힘든 직업이다. 하지만 관리가치관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노력한다면 향후 전망은 밝다. 그냥 피부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체질과 문제점을 찾아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돼 피부를 망가트리고 건강을 망가트리는지 알고 케어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피부관리실은 앞으로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특별함을 추구하는 숍만이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 피부미용 분야 트렌드는 ‘건강미용’ 쪽으로 가고 있어요. 투자자체가 자기자신을 가꾸는 ‘미’적인 것보단 ‘건강’ 쪽으로 기울고 있는 거죠. 이제 필요해서 찾아오는 피부관리실로 바뀌어야 합니다.”
피부미용사가 되려면 우선 이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미용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필요한 자격증이나 스펙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피부미용사가 되려면 ‘피부관리사 국가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자격증으로는 ‘국제 CIDESCO(시데스코) 자격증’이 있다. 민간 자격증도 많다. 하지만 자격증만 딴다고 해서 피부미용사의 길이 활짝 열리는 것은 아니다.
“피부미용 쪽도 배울 게 많아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피부문제의 원인이 뭔지, 어떤 장기가 원인인지도 공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인체에 A라는 제품을 발랐을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같은 여드름이라도 화농성여드름은 원인이 무엇인지, 체형교정을 할 건지, 물리치료를 할 건지….”
숍을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더 많은 지식을 쌓아 실력과 인성, 이론도 겸비한 피부관리사가 되고 싶다는 전누리씨. 사이버대학교에서 3학년 과정을 밟고 있지만 벌써 석사 과정으로는 ‘생명공학’을 생각하고 있다. 또 앞으로 기능올림픽 국가대표가 될 학생들도 가르치고 싶다고. 아울러 10평 남짓의 숍을 최대한 키워서 좋은 자리에 조금 더 넓은 개인숍을 차릴 계획도 갖고 있다.
“그냥 막연하게 쉬워 보이고 편해 보이니까, 또는 재미있어 보여서 이 길을 선택한다면 좀 더 깊이 생각해줬으면 해요. 피부미용은 생각보다 공부해야할 것이 많습니다. 특별하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직업이에요. 하지만 스스로 정말 이 직업이 좋아서, 해보고 싶어서 도전한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 본 기사는 <하이하이>(hi.moneyweek.co.kr) 제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