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사는 S대기업으로부터 개발의뢰를 받고 2억원을 들여 내구성이 증대된 일체형 베어링 블록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을 특허 출원해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으려 했던 A사는 뜻밖의 벽에 부딪혔다. S사가 특허무효소송 제기 등의 횡포를 부린 것. 나아가 S사는 타기업이 동일 제품을 카피해 제작한 것에 대한 승인을 내렸다. 결국 A사는 제품개발에 들어간 시간과 제작비를 한푼도 보상받지 못하자 막대한 손해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2 B사는 P대기업에서 의뢰한 종이슬리브 개발에 성공해 관련 특허 2건을 출원, P사에게 공동특허를 요구했다. 하지만 P사는 B사의 요구를 거절하고 타사의 기술을 포함한 특허를 후출원해 자체 특허를 보유하기 위해 C업체와 납품계약을 맺고 B사를 퇴출시켰다. 결국 B사는 제품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았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 폐업처리됐다. B사 대표가 P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P사의 ‘배상책임 없음’ 판결을 내렸다.


#3 C사는 자체 개발한 기술을 상품화하기 위해 L대기업에 관련 서류를 송부했다. “기다려라”는 말만 하고 시간을 끌던 L사는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C사가 개발한 기술과 유사한 서비스를 탑재한 휴대폰을 출시했다. 이후 L사는 C사의 특허기술 권리를 공동소유로 해줄 것과 무료 사용을 허락해줄 것을 뒤늦게 요청했다. 또 불응 시에는 특허등록을 무효화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C사는 특허법 위반을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해 사옥매각, 핵심인력 이직, 수출계약 파기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중소기업 피해사례 중 일부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는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대기업 ‘갑질’의 단골 손님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기술 탈취에 관련된 대기업이 제재를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2010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요구·유용을 금지한 하도급법이 만들어진 이후 지난 6년간 제재 사례는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은 지난 2013년 3∼10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이용한 특허를 보유한 배터리 라벨 제조 하청업체에서 기술 자료를 넘겨받은 뒤 하청업체와 거래를 끊고 중국법인에서 직접 배터리 라벨을 만들어 지난해 5월 과징금 1600만원을 부과받았다.

LG화학 이전에는 LG하우시스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술 자료를 요구해 받아냈다가 적발됐지만 해당 기술을 유용했다는 증거가 없어 시정명령만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울리는 사례가 반복되는 가운데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뒤늦게 지난 1월 법 위반금액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5억원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를 높였다.

또한 오는 4월부터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뒤 혐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에 추가적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자료를 강제로 받아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데다 소송으로 갈 경우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이기기는 힘든게 현실”이라며 “공정위가 대대적 직권조사에 나선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