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임무를 끝내자 김무성 대표가 칼을 뽑았다. 이 위원장의 '비박(비 박근혜) 학살' 공천에도 김 대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터였다. 김 대표는 24일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기간이 시작되자 작심한 듯 '친박(친 박근혜)' 무공천 카드를 꺼내들었다. 명분은 "당헌·당규 위반"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의 공천 파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공천과정에서 당헌 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로 갔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고 이 위원장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달성군 등 5곳에 대한 공관위 결정에 대해서 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이들 지역구는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가 낙천된 곳이다.


김 대표는 '옥새 투쟁'으로 배수진을 쳤다. 공직선거법 제49조에 따르면 당의 후보자는 선관위에 등록할 때 당 대표의 직인이 필요하다. 후보자 등록기간인 25일까지 김 대표의 직인 없이 이들 지역구에 공천은 불가능하다. 이 위원장에 대한 김 대표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친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 소집을 김 대표 측에게 정식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향해 친박계의 이 같은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 표면적으로는 이한구 위원장에 대한 김 대표의 반발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칼을 김 대표가 뽑아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자료사진=뉴스1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