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선 문턱에서 맴도는 코스피지수가 다시 상승세를 탈까. 지난달 말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이후 다시 힘을 잃는 모양새다. 증시전문가 사이에서는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상승탄력을 받아 2000선을 안정적으로 넘을 수 있을지가 화두다.
◆2000선 밀린 뒤 다시 회복세 전환
코스피는 지난달 17일 장중 2000.30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장중 20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2월24일(2009.99) 이후 처음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현행 0.25∼0.50%)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두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발언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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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이후에도 코스피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23일 각각 장중 2003.12와 2001.67을 기록하며 2000선을 넘나들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하는 시기가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졌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2009.10까지 오르며 종가 2002.14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긴 채 장을 마친 것은 지난해 12월2일 2009.29 이후 4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상승세를 이어갈 것 같았던 코스피는 지난 7일 장중 1980.43을 찍으며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장중 2009.10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28.67포인트나 밀린 셈이다. 달러기준과 원화기준 코스피의 상승률 격차가 확대되면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선 탓이다.
다만 시장은 2거래일 전 장중 1973.17까지 떨어진 이후 1980.43으로 반등한 점을 또 한번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 지난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3%포인트 오른 1973.89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깜짝실적’에 코스피 상승
시장에서는 앞으로 코스피가 상승탄력을 받을지, 하락세를 이어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증시전문가 사이에서는 연준의 신중한 정책기조와 국내기업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에 코스피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000선을 넘겼던 코스피가 지난 5일 1960선까지 미끄러진 것은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며 반등세를 보여 코스피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또 옐런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정책기조를 밝힌 가운데 오는 26~2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코스피 상승요인 가운데 하나다. 연준의 이 같은 정책기조는 달러화가치의 완만한 하향 안정화를 유지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첫 금리인상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서 한발 물러선 연준의 정책기조는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화가치 하향안정과 신흥국통화가치 회복, 원자재가격 상승, 신흥국증시로의 자금이동 등을 지속시키는 기본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내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확대 역시 이와 연동된 흐름 속에서 지속성을 보일 것”이라며 이달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로 1950~2060을 제시했다.
실적시즌이 시작되면서 국내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코스피 상승을 부추긴다. 지난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34조2000억원이다. 6주 연속 상향조정을 기록 중이며 연중저점 대비 3.3% 증가한 수준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에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시장전망치 평균 5조6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높은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2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면서 코스피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지목된다. 2009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가 같은 방향을 나타낸 기간은 전체의 74%에 달한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 방향성이 대부분 일치한다”며 “삼성전자의 1분기 호실적은 코스피 랠리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과거 삼성전자 잠정실적이 시장전망치를 5% 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때 코스피는 평균 14거래일간 강세를 보였다”며 “8번의 어닝서프라이즈 가운데 코스피는 6번 상승했고 평균 상승률은 2.7%였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2000선 안착 가로막는 요인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의 15%가 넘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코스피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실적에 일부 착시효과가 존재하는 데다 이미 주가가 이를 반영한 만큼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가 약세였는데 49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을 볼 때 외형성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갤럭시S7 선출시에 따른 왜곡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주식전략팀장은 “정보기술(IT)업체 전반이 갖는 매크로 환경이 좋았지만 매출성장이 기대에 못 미쳐 삼성전자 호실적 효과가 아래로까지 전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실적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정유주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실적시즌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코스피의 발목을 잡는다.
이외에도 이달 17일 주요 산유국 회담을 앞두고 원유생산 동결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코스피 상승을 가로막는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생산 동결에 합의하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하락해 코스피 약세로 이어진다. 또 일본지표 부진으로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엔화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 것도 2분기 코스피 추가반등의 걸림돌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6~10월, 5개월 주가 흐름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주가 흐름이 닮은꼴이어서 2분기가 시작되는 4월 첫 주가 흐름이 중요한 출발점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4월 첫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2분기 추가반등의 기대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류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가 1930~1940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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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