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산후조리. 최근에는 예비맘 10명 중 8~9명이 찾을 정도로 산후조리원은 필수코스가 됐다. 그 열풍을 타고 비용과 시설도 천차만별. 오죽하면 결혼식 전 드레스 투어처럼 산후조리원 투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유명연예인이 이용했다는 산후조리원은 이용료만 2주에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그마저도 임신 초기에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예정일에 방이 없을 정도다. 가격 거품과 횡포 논란에도 산후조리원 열풍은 더 거세졌다.
◆ 1대1 맞춤형 서비스…인맥 쌓는 장소 되기도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산후조리원. 외관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건물 안에 들어서자 마치 호텔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계단 벽면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그림이 걸려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산모 1대1 맞춤형 관리. 10개월 동안 고생한 산모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정원은 물론 호텔 출신 셰프가 제공하는 개개인에 맞춘 영양식까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시설 스펙도 남다르다. 바닥 대리석과 침구세트는 모두 유럽에서 직수입된 제품, 신생아용 침대는 H사 제품이다. 욕실에는 ‘오가닉’ 생리대와 수유패드, 최고급 좌욕기가 비치됐다. 하루 3병씩 제공되는 에비앙 생수는 덤이다.
조리원 측은 시설뿐 아니라 프로그램도 최상급이라고 자신한다. 산모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스파. 이곳의 스파는 임신 전 몸매로 돌려주는 마법의 스파로 소문났다. 산모는 입실기간 동안 총 4회의 스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총비용은 2주에 2000만원선. 여기에 남편 식사, 가슴 마사지, 다둥이 케어 등을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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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
만만찮은 비용에도 이 산후조리원은 오는 9월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A조리원 관계자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말 그대로 ‘돈값’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초반엔 유명연예인, 기업가 며느리들이 주 이용객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일반인에게도 인기를 끄는 추세다. 10월에도 남아있는 자리가 몇개 안된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의 고급화는 과연 강남에만 국한된 일일까. 같은 날 찾은 강서구에 위치한 B산후조리원. 자칭 명품이라 외치는 이곳 역시 호텔식 룸과 집기 등 최상의 서비스를 산모 맞춤형으로 지향한다고 강조한다.
이곳의 룸 타입은 2가지. 기본 룸에는 식사(1일 3식)와 간식(1일 3회), 산전·산후 마사지 6회, 요가 1주 3회, 미니앨범, 한약, 보호자 식사 5회가 포함된다. 2주간 비용은 500만원. 스위트룸은 여기에 보호자 식사 5회가 추가되고 방이 넓다는 이유로 300만원의 비용이 추가돼 총 800만원이다. A사와 마찬가지로 다둥이 케어, 보호자 식사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B조리원 관계자는 “산모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물론 전문 힐링프로그램도 갖춰 최고의 환경을 자랑한다”며 “무엇보다 가격대에서 조리원 동기들이 걸러지기 때문에 ‘중상위층 인맥’을 쌓는 데도 적합하다. 어떤 엄마들과 교류했는지에 따라 내 아이의 활동 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양천·강서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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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사진=머니투데이 DB |
◆ 호화로운 인테리어 갖추면 “부르는 게 값”
산후조리원의 고급화 바람은 젊은 산모들을 중심으로 산후조리원을 찾는 수요가 늘고 산후조리원 인맥,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더해지면서 시작됐다.
익명을 요구한 조리원 관계자는 “산후조리원들이 실질적인 조리나 신생아 관련 서비스 등에서 별 차이가 없음에도 인테리어나 집기 등에 투자한 돈 때문에 거품이 많다”며 “최근 신생 산후조리원을 중심으로 가격대가 크게 올랐는데 일단 가격이 오르면 ‘고급’스럽다고 여겨져 장사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 역시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제공되는 서비스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산후조리는 ▲산모 마사지 ▲임산부 요가 ▲좌욕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는데 유명전문가가 지도한다거나 횟수의 미묘한 차이를 두고 가격을 부풀린다는 것이다.
같은 서비스지만 룸 크기에 따라 300만~700만원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은 룸 크기에 따라 실버룸 610만원, 골드룸 670만원이고 펜트룸은 무려 1270만원에 달했다.
보건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별로 룸 등급이 나뉘면서 임산부 사이에 ‘계급이 형성되는 것 같다’며 위화감을 느낀다는 불만이 나온다”며 “같은 시설 안에서도 무려 600만원이 넘는 격차를 보이는 것은 산후조리원 거품의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뭔가를 선택할 때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남들도 다하는데’에서 동조심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급격한 고급화, 천차만별 가격, 선택옵션 유도 등 산후조리원의 근본적인 문제를 잘 따져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