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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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노년층의 눈길을 끌었던 공약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불효자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다.
불효자방지법의 주요 골자는 증여를 받은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거나 현저히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자녀가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은 증여가 자녀의 경제적인 안정을 보장하지만 정작 부모의 노후는 보장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5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증여재산 증가액이 사상 처음으로 18조원을 돌파했다. 증여세를 신고한 사람은 8만8900여명, 증여세 신고세액은 1조9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신탁자 요구에 따라 맞춤형계약 가능

금융전문가들은 상속·증여보다 자신과 배우자, 자녀의 경제적인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탁제도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신탁은 금전, 부동산 등 재산의 소유자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의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말한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을 ‘신탁자’, 맡겨진 재산을 관리해 수익을 내는 사람은 ‘수탁자’, 재산관리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수익자’라고 한다.


신탁계약의 가장 큰 장점은 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계약을 할 수 있다. 자신의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재산을 맡기면 신탁자가 필요시 재산을 적극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치매에 걸릴 경우 병원비를 신탁재산에서 지출한다는 조항을 넣으면 치매로 인한 병원비 지출에 대비할 수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인 수탁자가 신탁계약에 따라 병원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노후가 걱정된다면 배우자를 수익자로 추가하면 된다. 월세가 나오는 건물을 신탁한 경우 '신탁자의 사망 시 수익자를 배우자로 변경하며 그 기한은 배우자의 사망까지로 정한다'는 조항을 넣으면 신탁자의 사망 시에도 배우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노후를 보장받는다.

또 신탁을 이용하면 신탁자가 치매에 걸렸을 경우에도 자녀들이 함부로 노후자산을 팔아먹는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수탁자(금융기관)가 신탁계약 내용대로 등기명의를 관리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신탁자의 병원비를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유언신탁제도, 친척간 재산다툼 문제 해결

유언신탁제도는 유언과 신탁의 장점을 합친 제도다. 이를 이용하면 자녀에게 신탁의 수익을 주면서 친인척 등 주변인들의 재산다툼에서도 자녀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만약 신탁자가 ‘자신의 사망 시부터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수익을 자녀로 지정한다’고 쓰면 자녀의 생활비를 부양할 수 있다.

또 ‘자녀가 결혼하면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조항을 넣으면 금융사에 맡긴 신탁자의 재산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상속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가들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한다"며 "신탁은 상속과 증여보다 신탁자의 의지를 가장 많이 반영할 수 있고 자녀의 부양과 상속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점차 신탁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