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개나 고양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흔치 않은 반려동물을 키우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애정을 쏟는 이들이 꽤 많다. 이색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만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험한 녀석’과의 특별한 동거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자영업자 김운용씨(남·32)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쉽게 관심 갖지 않는 이색적인 동물을 좋아해 이구아나, 카멜레온, 개구리 등 여러 반려동물을 키웠다.
어린 나이에 얕은 지식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정보가 부족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의 특이한 반려동물 사랑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가 현재 키우는 반려동물은 영화 속 공포스러운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타란튤라’라는 암컷 독거미다.
“어릴 때 접했던 파충류와 절지류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데다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타란튤라를 키우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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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이색 반려동물을 많이 키운 김운용씨는 현재도 ‘타란튤라’라는 독거미를 키우고 있다. /사진=김운용씨 제공 |
그가 키우는 타란튤라는 ‘오너멘탈’이라는 학명의 거미다. 오너멘탈은 보석이라는 뜻이다. 그는 국내에 들어온 20여종 중 무려 18종이나 키우며 애정을 쏟고 있다. 김씨는 타란튤라의 경우 일부 종을 제외하면 단독사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사육공간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먹이는 보통 귀뚜라미나 밀웜(유충)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챙겨주고 가끔 특식으로 ‘핑키’라는 어린 쥐를 준다. 크기에 따라 작은 새를 먹는 녀석들도 있지만 보통의 독거미는 한달에 1만원 내외의 유지비가 들어 경제적 부담도 없다.
김씨는 정보공유나 개체 분양 목적으로 ‘타란튤라 사육일기’라는 네이버 카페활동도 하고 있다.
“일주일에 1시간 내외의 시간만 투자하면 알아서 쑥쑥 잘 크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겁게 키우고 있어요.”
김씨는 타란튤라 사육은 약간의 무관심이 오히려 더 잘 키우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반려동물이 독거미다 보니 식겁했던 적도 있다.
“어느 날 그릇에 물을 채워주려고 사육장 문을 열었는데 빠른 몸놀림으로 제 손등까지 올라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그대로 경직된 적이 있어요. 특히 제가 사육하는 오너멘탈류는 독성이 강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독거미를 키우지만 그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무리 작은 거미라도 평균수명이 강아지와 흡사한 10년 이상이에요. 제가 키우던 녀석 중에는 아직 죽은 개체가 없지만 떠나보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쉽게 접하기 힘든 독거미를 키워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저에게 독거미는 가족입니다.”
◆고슴도치와의 소중했던 4년
“4년 넘게 키운 고봉이가 죽었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남들은 유별나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그냥 가족이에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배영은씨(여·30)는 최근 반려동물로 키우던 고슴도치 ‘고봉이’를 떠나보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 고양이가 아닌 고슴도치를 반려동물로 키우자 남들은 특이하다며 웃었지만 배씨는 우연히 찾아온 고슴도치와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했다.
배씨는 지인이 키우다 사정상 돌볼 수 없게 된 고봉이를 우연히 데려다 키웠는데 그 인연이 4년 넘게 지속됐다. 처음에는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지만 키우면 키울수록 고슴도치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나는 이렇게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데 저 작은 생명체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살까라는 물음을 항상 되뇌였다”며 “고슴도치를 돌보며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했고 일상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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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씨가 키웠던 고슴도치. /사진제공=배영은씨 |
고슴도치가 사는 공간은 작은 수조에 천배딩을 깔고 쳇바퀴와 전용화장실을 따로 분리해 마련했다. 한달에 1만~1만5000원 정도로 키울 수 있어 유지비 부담도 없다. 먹이는 고양이용 캔 사료에 과일과 야채, 건조된 밀웜 등을 섞어 물과 함께 줬다.
따로 외부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포털사이트에 있는 관련 카페 등에서 정보를 얻어 정성을 다해 키웠다. 주변에서는 이런 배씨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수명이 짧고 개나 고양이와 달리 주인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고봉이는 다른 사람이 만지려 하면 날카롭게 가시를 세웠지만 제가 만지려 하면 냄새를 맡고 바로 가시를 내렸어요. 저를 알아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흐뭇했는지 몰라요.”
배씨는 하루에 30분 정도 시간을 들여 고봉이의 아침·저녁 식사를 챙기고 쳇바퀴와 수조 청소도 했다. 주말에는 1~2시간씩 바닥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놀도록 하거나 날이 좋으면 일광욕도 시켰다. 퇴근도 늦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고봉이는 어느 순간 배씨의 마음 한구석에 책임지고 돌봐야 할 ‘가족’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배씨는 이렇게 정성을 들여 키우던 고봉이를 얼마 전 떠나보냈다.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동물장례를 치러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먼 거리를 달려가 고봉이를 화장시켜 떠나보냈다.
개나 고양이만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수의사가 없어 아플까봐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영양학 등의 정보도 많지 않아 뭘 얼마나 먹여야 할지 매일 고민이었다. 배씨는 고봉이와 함께했던 4년이 넘는 시간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