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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사진=각 사 제공 |
품질 높여 차별화… “쏘나타 아성 넘는다”
중형세단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투톱에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가 거센 도전을 시작했다. 여기에 닛산 알티마도 2000만원대로 몸값을 낮추며 경쟁에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준중형세단과 SUV 사이에서 맥을 못 추던 최근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업체들은 나름의 개성을 어필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나섰다.
◆시들해진 중형차 인기… 배기량 2000cc 기준도 깨져
그동안 ‘세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었다. 특히 중형세단은 크기와 용도, 가격 면에서 다른 차종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상품성을 보이며 큰 인기를 누렸다. 여럿이 함께 탈 수 있으면서 이런저런 용도로 쓸 수도 있고 가격도 적당했다. 적당히 품위를 드러내는 건 보너스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판도가 바뀌었다. 기름 많이 먹는 차 대신 효율이 높고 실용적인 차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아반떼 등 준중형차는 중형차만큼 덩치가 커졌고 SUV도 QM3와 티볼리같은 소형부터 모하비, 맥스크루즈 등 대형까지 다양해졌다. 틈새를 노린 올란도 같은 차종의 등장도 눈에 띄는 변화다.
배기량 고정관념도 깨졌다. 우리나라 중형차는 배기량 2000cc가 당연시됐지만 요샌 소형차에나 탑재될 법한 1500cc급 엔진도 자연스레 탑재되고 있다. 큰 힘을 얻기 위해 터보차저를 붙이는 건 물론 디젤과 하이브리드버전까지 출시했다. 예전엔 파워트레인 선택의 여지가 적었지만, 요샌 쏘나타만 해도 연료 종류와 배기량에 따라 모델이 7가지나 된다. 빼앗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처절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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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6가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르노삼성 제공 |
◆절대강자는 없다
우리나라 중형세단은 ‘현대 쏘나타’가 기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성이 높다. 그래서 경쟁사들은 쏘나타를 분석하고 현대차에 길든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차를 파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물론 같은 플랫폼을 쓰고 디자인과 세팅을 달리한 기아 K5도 눈엣가시다.
최근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현대가 만들어놓은 곳에서 놀기보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다짐처럼 르노삼성은 기존 중형차의 ‘적당함’을 버리고 유럽에서 온 ‘고급중형차’를 표방하며 SM6의 매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3월 판매량이 6751대로 7053대의 쏘나타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택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SM6가 이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 SM6는 역동성을 강조한 1.6ℓ 가솔린 터보모델과 무난한 2.0ℓ 가솔린 자연흡기, 2.0ℓ LPG 모델로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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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쏘나타 2017 /사진=현대차 제공 |
위기의식을 느낀 현대차는 또 하나의 도전자인 쉐보레 말리부 출시에 앞서 2017년형 쏘나타를 조기 등판시켰다. 보통 연식변경은 하반기에 이뤄지는 만큼 이례적 결정이라는 평이다. 2017년형 쏘나타는 안전·편의장비를 대거 탑재해 상품성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엔진은 1.6ℓ 가솔린 터보, 1.7ℓ 디젤, 2.0 가솔린 자연흡기, 2.0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LPG모델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불붙은 중형세단시장 경쟁에 기름을 부은 건 한국지엠이 27일 내놓은 신형 쉐보레 말리부다. 국내 중형세단 중 가장 큰 덩치, 날렵한 디자인, 강력한 엔진을 강조한다. 대형세단에 버금가는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췄고,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으로 부족함으로 지적된 ‘역동’을 추가했다. 게다가 미국의 대표 중형세단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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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제공 |
신형 말리부에 탑재된 1.5ℓ급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낸다. 캐딜락 CTS와 ATS에도 들어간 2.0ℓ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6.0kg·m의 힘을 자랑한다. 공차중량은 트림에 따라 1400kg~1470kg으로 구형보다 최대 130kg이나 가벼워졌지만 힘은 오히려 더 세졌다. ‘역동’을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지엠 내부에서도 “이젠 해 볼만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2830mm로 윗급인 그랜저의 2845mm와 비슷한 수준이다. SM6는 2810mm, 쏘나타는 2805mm다.
◆도전 지켜보는 소비자… 선택권 늘었다
쏘나타와 K5로 대변되던 우리나라 중형세단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그동안의 실패요인을 본보기삼아 철저히 시장을 분석해 준비했다. 단순히 부족한 틈새를 메우는 게 아니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덕분에 비슷한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차가 늘었다.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쏘나타 가격은 2214만원부터 3132만원까지다. K5도 2204만원부터 3068만원, SM6는 2325만원부터 3250만원이며, 말리부는 2310만원부터 318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SM6와 말리부가 쏘나타를 밀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현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품질에 차이가 적다면 남은 건 가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현대는 기아 K5가 쏘나타를 위협하자 1% 장기할부로 맞서 판매량을 끌어올린 적이 있다.
시장이 반응하니 업체들도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된다. 선의의 경쟁은 상호 발전으로 이어진다. 다크호스가 가세한 중형세단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즐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