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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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지 100일이 지났다. 가입자 수와 투자금액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출시 초부터 제기된 불완전판매, 깡통계좌 양산 등의 각종 문제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시행된 ISA 수익률 공시제도와 앞으로 시행될 계좌이동제는 금융권의 고객사로잡기 경쟁 제2라운드를 여는 포문이다.
◆ISA 성적표 ‘우수’… 운용능력 중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14일 ISA 출시 이후 100일이 지나는 동안 가입계좌수 기준으로 국내 총인구 중 4.3%가 ISA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등 가입대상인구 중에서는 9.9%가 가입했다. 일본 NISA는 출시 3개월 시점에 가입대상인구 대비 가입률이 6.2%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기준 전체 ISA 가입계좌수는 220만5000계좌다. 업권별 계좌수는 은행이 197만60000좌(89.6%), 증권사가 22만8000좌(10.4%)로 은행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고객과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이 ISA 가입자 유치에 더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사뭇 다르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ISA 총 가입금액은 2조568억원이다. 비중은 은행이 1조4298억원(69.5%), 증권사 6255억원(30.4%)으로 조사됐다. 증권사의 계좌수 대비 가입금액이 더 많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고객수가 은행보다 적지만 투자성향이 강한 고객이 증권사에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ISA 전체 가입금액을 업권별로 나눠 보면 증권사의 1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이 274만원인 반면 은행은 72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업권의 평균 가입금액은 93만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ISA의 가입금액은 과거 재형저축이 출시됐을 때보다 월등히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2013년 출시된 재형저축은 약 4개월간 총 가입금액 7565억원을 기록했다. ISA에 비해 3분의1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ISA의 월별 가입자수와 투자금액 증가율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ISA 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전체 ISA 가입자수는 177만명으로 지난 3월 말에 비해 57만명, 48% 증가했다. 그러나 5월 말에는 한달 사이 36만명이 늘어나며 20%의 증가율에 그쳤다. 투자금액 증가율도 4월 말 100%에서 5월 말 42%로 줄었다.

ISA 출시 초반 판매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아직 고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품이고 수익률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망하는 모양새다. 은행에서 ISA 계좌를 열고 1만원을 넣었다는 정두석(32)씨는 "ISA에 가입하면 적금금리를 더 준다고 해서 신청했다"며 "돈을 더 넣을지는 좀 더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좌수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으나 가입금액은 매주 1300억원 내외 수준이 유지된다"며 "현재 신탁형을 중심으로 성장하지만 앞으로 금융회사의 운용능력이 검증될 경우 일임형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기준 ISA 유형별 비중은 일임형이 1999억원으로 9.7%, 신탁형이 1조8569억원으로 90.3%를 차지했다.

◆당국-업계 시각차… ‘소비자 중심으로’

가입자수 증진과 금융사들의 활발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당국은 ISA 수익률과 각사마다의 수수료 체계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계별로 도입한다. 소비자가 비교공시시스템 ‘ISA 다모아’에서 업권별·회사별로 ISA 관련 정보를 얻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먼저 1단계로 지난달 31일 ISA 다모아에 가입과 운용현황, 신탁형 ISA 수수료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공시시스템을 구축했다. 오는 30일에는 2단계로 각 금융회사별 일임형 ISA 수수료와 수익률도 공개한다. 각사마다 ISA 출시 시기가 달라 7월 말까지 모두 공시할 계획이다. 

3단계로는 올 하반기 중 신탁형 수수료 계산기, 투자자 필요 공시항목 등을 추가한다. 또 위의 정보를 종합해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계좌를 이동할 수 있도록 ‘ISA 계좌이동제’도 도입한다. 금융위원회는 ISA 비교공시시스템 도입 2단계 일정에 맞춰 다음달 1일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업계에서 시스템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해 7월 중으로 도입시기를 늦췄다.

이 같은 당국의 계획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각 회사의 일임형 ISA 수익률 공개가 오히려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행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개별 투자자산 중 목표수익률이 가장 높은 주식형펀드의 경우 단기적으로 손실을 기록하더라도 3~5년 기준으로는 큰 수익을 내는 사례가 많다. ISA는 일반가입자 기준 5년 동안 투자해서 나온 수익에 대해 비과세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단기수익률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국민 자산증식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ISA를 불과 3개월 남짓한 기간에 달성한 실적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수익률로 다른 회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를 단기 수익추구형으로 리밸런싱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어느 판매사의 ISA 계좌를 개설할지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수익률이기 때문에 공시는 필요하다”며 “ISA 판매사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률 공시제도 도입 전 각 업권 협회와 연구소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3개월이 제일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