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중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삼성SDI는 중국공업화신식화부가 발표한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에서 또 제외됐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의 회담으로 급등세를 보였지만 중국의 말 한마디에 삼성SDI의 주식은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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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중국 시안 배터리공장 완공식. /사진=머니투데이DB |
◆중국에 휘청이는 삼성SDI 주가
지난해 8월 7만5600원까지 떨어진 삼성SDI의 가격은 두달 후 50% 넘게 올랐다. 중국 전기차시장 확대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4~5월에는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사업부문 확대 의지로 외국인을 끌어들여 주가가 급등, 연중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배터리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SDI의 동반상승을 노리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오후 중국정부가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를 발표하자 다음날 외국인의 매도세로 삼성SDI의 주가는 추락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다가 지난달 24일에는 4% 넘게 주가가 폭락했다.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 발표에서 한국기업이 제외된 것을 두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삼원계 배터리 보조금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이에 리 총리가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하자 중국 보조금 재개 기대감에 지난달 29일 삼성SDI의 주가는 다시 강세를 보였다.
이는 삼성SDI의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중국임을 방증한다. 특히 올해 삼성SDI의 부진은 중국 배터리시장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 중 중국시장의 비중은 30%로 추정된다. 따라서 배터리등록제 통과 지연으로 2분기 매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동부증권은 삼성SDI의 올해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을 6.5% 하향한 9143억원으로 제시했다. 경우에 따라 8000억원대로 매출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매출 하향으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손실은 1900억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재료의 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위기”라며 “전자재료는 편광필름 등 디스플레이 소재의 판가 하락 압력이 거세져 영업이익률이 3%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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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높고 구조조정 진행 중… 내부문제도 심각
삼성SDI에는 높은 PER(주가수익비율)과 구조조정이라는 내부적 문제도 존재한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삼성SDI의 주가는 고평가됐으며 그게 언제 어떤 식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지난해 12월 기준 삼성SDI의 PER은 148.83으로 업종평균보다 높았으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73으로 다소 낮았다. 이는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치로 경쟁사인 LG화학이 지난해 같은 기간 PER이 20.9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삼성SDI의 PER이 7.1배가량 높다. 그만큼 고평가됐고 거품이 있다는 뜻이다. 이 거품은 전기차시장의 성장 기대에 외국인 유입세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ER은 어떤 회사의 주식가치 또는 전체 주식시장의 가치가 고평가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유용한 잣대다. 또 주식시장 투자지표로 사용되는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을수록 주가도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는데 삼성SDI의 올해 3월 ROE는 -27.2로 매우 낮다.
삼성SDI가 부진의 늪에 빠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시장에서의 배터리영업 불확실성이 노출됐고 전자재료의 영업이익률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또 삼성SDI는 케미칼부문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할 예정이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상황에서는 고정비보다 원가를 줄이는 쪽으로 ‘매출성장’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가 투자자에게 실적개선 폭에 대해 확신을 주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SDI가 아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근 전기차 배터리 투자심리가 약화되는 추세인 만큼 자신 있는 실적전망은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반기 전망 ‘밝지 않다’… 실적 기대 못 미칠 듯
국내업체들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5차 인증에 재차 도전하겠지만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 재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중국정부는 자국 내 배터리업체들이 기존 LFP(리튬인산철) 위주 배터리방식에서 NCM(삼원계) 배터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도록 중국업체들을 계속 보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석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조금 재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은 올 2분기부터 원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성장하더라도 수입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며 “자산 상각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전지사업부의 의미 있는 실적개선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목표주가는 10만원 안팎이며 보수적인 투자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권 애널리스트도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이 중국 규제에 의해 차질이 발생한다면 실적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예상보다 하락할 전망”이라며 “올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 이후 폭이 크게 줄었지만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앞으로 중국 규제 리스크의 영향을 재차 검토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후 개선된 실적을 보여줘야 하반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