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문명 진보, 가솔린 기관 발달 등으로 100년 이상 지구촌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던 석유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12월 197개국이 참여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온도상승 제한 노력을 담은 파리기후협정 체결이 그 신호탄이다. 석유시대 과실을 독점했던 산유국,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화큐셀 메리우드 태양광발전소. /사진=한화큐셀
한화큐셀 메리우드 태양광발전소. /사진=한화큐셀

◆석유시대 종말 시그널

파리기후협정 체결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저탄소 에너지원 중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가장 크고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유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산유국, 글로벌 석유회사들도 신재생에너지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석유국영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지난 4월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면서 ‘석유 없는 경제체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BP, 토탈 등 내로라하는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해 수소·풍력·바이오·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10년 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논의 중이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태양광이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약점으로 지목됐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며 지난 5년간 고속성장(연평균 42%)을 이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설치규모는 원자력 발전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태양광시장은 중국기업들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도 한화·OCI·SK·LG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며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한화큐셀, 기술력·인지도 세계 최고 수준  


특히 한화그룹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태양광산업을 지목하고 한화큐셀을 통해 셀, 모듈, 발전 등 태양광산업 전분야에 걸쳐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화큐셀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규모(4830만달러)는 세계 태양광 모듈업체 중 두번째 규모다.

한화큐셀은 최근 유럽에서 다결정 모듈 효율(19.5%) 세계 최고 신기술을 인정받고 독일 태양광 리서치기관인 ‘EuPD 리서치’가 선정한 ‘유럽 톱 브랜드’로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잇따라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인정받았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모듈 효율 세계 신기록 달성은 우수한 기술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며 "3년 연속 ‘유럽 톱 브랜드’에도 선정되며 글로벌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수익성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2011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에 영업이익 100만달러로 첫 흑자전환을 이룬 이후 4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각각 4030만달러, 5380만달러, 5670만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OCI, 세계 각국서 태양광시장 개척 

OCI는 중국 GCL, 독일 바커와 함께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하는 세계 3대 폴리실리콘업체다. 2012년부터는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시에 400MW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중국, 인도, 멕시코,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을 누비며 태양광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총 407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738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IB업계에선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공급과잉 문제도 해소돼 OCI가 2분기에도 흑자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4월 멕시코 치와와 주에서 OCI가 건설 중인 13.6MW 태양광발전소의 '모듈 설치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OCI
지난 4월 멕시코 치와와 주에서 OCI가 건설 중인 13.6MW 태양광발전소의 '모듈 설치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OCI

◆LG, 토털 에너지 솔루션시장 개척

LG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생산(LG전자 태양광 모듈) ▲저장(LG화학 에너지저장장치) ▲효율적 사용(LG하우시스 단열재 및 LG화학 전기차 충전) ▲관리(LG CNS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국내에서 최초로 모두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생산 중인 LG전자는 경북 구미공장에 2018년까지 5272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6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LG전자의 연간 생산능력은 1GW급에서 2020년에는 3GW급으로 3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3GW는 10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구몬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상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자동차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의 가능성을 봤다면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SK, 신재생에너지에 그룹 역량 집중 

SK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분야를 선정하고 그룹과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는 중이다. 이와 관련 올해 초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에너지신산업추진단'을 설치하고 초대 단장으로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 겸 SK E&S 대표를 임명했다.

유 단장이 이끄는 SK E&S는 지난 2012년 1월 르노삼성자동차 함안부품센터에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충북 증평, 경남 창원, 전남 광양, 경북 포항, 세종시 등 9곳에서 20.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전기차용 배터리), SK D&D(풍력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 역량을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이후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며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태양광발전과 같은 친환경·신재생에너지산업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