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보험업계 손익 전망. /제공=보험연구원
향후 5년간 보험업계 손익 전망. /제공=보험연구원


오는 2020년 새 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중소형보험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형사에 비해 자금여력과 계리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IFRS4 2단계 도입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에서는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확충 부담↑… 파산위기 직면할 수도 


오는 2020년 도입되는 IFRS4 2단계는 부험부채평가 방식을 계약시점 기준(원가)이 아닌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평가로 반영한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위험기준 자기자본(RBC)비율 하락에 대비해 막대한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보험상품을 현재 저금리로 할인하면 현재가치가 예전보다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로 금리 역마진에 따른 손실이 커져 국내 보험업계의 이익규모가 앞으로 5년간 4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주요국 저금리 대응 및 2016년 하반기 보험정책방향'에서 "IFRS4 2단계를 앞둔 상황에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의 이익이 5년 내 약 40% 감소할 수 있다"며 "예정이율과 운용자산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보험상품 경쟁력 자체가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해 보험사가 낸 손익을 1이라고 했을 때 ▲2016년 0.9 ▲2017년 0.8 ▲2018년엔 0.8 ▲2019년 0.7 ▲2020년 0.6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의 계리적 가정과 시장금리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나온 분석이다. 

조 연구위원은 또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부채가 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생보사의 금리확정형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다.

게다가 금감원은 부채적정성평가(LAT)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올 연말부터 2018년까지 현재의 연 3.5~4%에서 연 2.5%로 낮출 계획이다. LAT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보험사의 부채는 올 연말 약 16조원, 2018년에는 3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형보험사들이 쌓아야 할 준비금 규모는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IFRS4 2단계가 시행되면 대형사보다 중소형사가 입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본다. 자금여력과 계리인력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소형보험사도 IFRS4 2단계 도입에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10여개 중소형보험사는 보험개발원과 IFRS4 전산시스템에 대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개발원을 중심으로 IFRS4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각사마다 입장이 달라 의견 수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IFRS4 2단계 도입 이후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이 파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보험사로서는 IFRS4 2단계 도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자본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형보험사 한 관계자는 "아직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르면 하반기 중 기준서가 나온다는 데 이렇게 되면 기준서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3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재무건전성 ‘빨간불’… 후순위채∙유상증자 카드 만지작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중소형보험사는 지난 3월 기준 200%를 밑도는 지급여력(RBC)비율을 기록했다. RBC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만한 수준의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자산을 쌓도록 한 제도다. 국내에선 대표적인 보험사의 건전성지표로 쓰인다. 통상 RBC비율이 200%를 넘어야 안정권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RBC비율은 156.1%로 생보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라이프(173.7%), 흥국생명(189.5%), 동부생명(190.2%), 알리안츠생명(198.0%) 등이 뒤를 이었다. 

손보사 중에서는 흥국화재 RBC비율이 148.2%로 가장 낮았다. 이어 롯데손보(151.9%), MG손보(152.9%), 악사손보(168.8%), 한화손보(172.8%), KB손보(179.4%), 현대해상(180.4%), 더케이손보(192.7%), 농협손보(194.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LAT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RBC비율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소형보험사의 자본확충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MG손보, 더케이손보 등이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며 한화손보, 현대라이프 등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DB생명은 하반기 중 1000억원 이상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매각 이슈가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도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곳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코코본드는 국제금융규제인 바젤Ⅲ제도 기준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증권으로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발행업체가 위기를 맞으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는 회사채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보험사들은 RBC비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유상증자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자본을 늘릴 수 있겠지만 이는 주가악재로 작용해 회사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고 후순위채 발행 역시 장기적으로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 수익개선 없이 유상증자, 후순위채 등을 발행해 자본금을 마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