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건강기능식품 넘어 로봇청소기도 출시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의약품 외의 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제약사는 지주사 전환을 앞둔 일동제약이다. 지난 2007년 덱스판테놀 성분의 병원·약국용 기능성 화장품 판테놀겔 출시를 시작으로 2013년 고유에 앱솔루트 제품, 2015년 퍼스트랩 브랜드 론칭 등 화장품 라인을 강화한 것.
지난 5월에는 비타민음료 ‘아로골드D’, ‘아로골드D플러스’, 프로바이오틱스발효음료 ‘그녀는 프로다’ 등 3종의 음료를 출시하며 음료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음료부문에서 200억원, 3년 내에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구체적 목표치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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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레다 로봇청소기 바이로비슬림. /사진=일동제약 |
나아가 지난 4일에는 유럽 생활용품 브랜드 바이레다의 신제품 로봇청소기 ‘바이로비 슬림’도 출시했다. 바이로비 슬림은 원반 형태의 충전식 무선 로봇청소기로 몸체 하단에 부착된 부직포 걸레가 바닥 등을 닦으며 자동으로 곳곳을 청소한다.
동국제약은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의 제품군과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실크아미노산과 아로니아를 주성분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건강음료를 출시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최근 숙취해소 음료 ‘야왕 비수리차’를 선보였으며 CJ헬스케어는 숙취해소 음료 ‘헛개컨디션’을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시장을 공략 중이다.
종근당,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 대형제약사들도 예외 없이 화장품사업에 진출했다.
◆시장 변화 따라 너도나도 신사업 열풍
이처럼 제약사들이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분야로 진출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제약사가 가진 전문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용품이나 로봇청소기 등 본업과 크게 상관 없는 분야에까지 진출하는 것은 같은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천문학적 자금과 시간이 소요돼는 신약 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신사업으로 진출하는 게 매출 방어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업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사업 진출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병원과 약국 등 B2B를 중심으로 한 제약업계의 강력한 영업력은 B2C사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본업이 아닌 분야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신뢰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도 마케팅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본업인 의약품에 주력하면서 부가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제약사들의 다른 분야 진출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