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을 이용한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끌면서 가상현실(VR)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가상현실(VR)기기가 점차 현실 속으로 들어오면서 시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세계 보여주는 VR기기…장시간 사용 시 눈 피로 유발


스키장에서 쓰는 고글처럼 생긴 VR기기는 착용 시 마치 극장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기만 하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큰 화면으로 실감 나는 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면에서 발생하는 강한 빛은 눈을 자극해 피로와 충혈, 심하면 시력 저하를 일으키며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 불과 10cm 남짓한 거리에서 눈과 스마트폰이 계속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또 디지털 기기가 내뿜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은 상이 흐리고 눈을 부시게 하는 성질이 있어 눈 건강에 해로운 영향은 물론 두통, 불면증, 생체리듬 저하까지 불러온다. 더구나 일반적으로는 15~20초에 한 번씩 눈을 깜빡여줘야 하지만 화면에 집중하게 되면 1분 넘게 눈을 깜빡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안구건조증 등 여러 가지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건강] 가상현실(VR), 건강하게 즐기세요
안과전문의 김희선 원장은 “VR기기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는 망막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파장이 발생해, 장기간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면서 “기기 사용 시 시력보호를 위한 장치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중간중간 멀리 바라보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근시나 난시, 약시 있는 경우 입체영상 인식에 어려움 있어
한편 굴절이상이 없는 정상적인 눈이라면 입체영상을 보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근시나 난시 환자들은 망막에 정확하게 초점이 맺히지 않기 때문에 3D 이미지를 왜곡되게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두 개의 눈이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입체영상의 원리이므로, 양쪽 시력 차가 클수록 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렌즈나 안경 등의 시력 교정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약시의 경우에는 입체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다. 약시는 치료 가능 시기가 있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칠 경우 치료가 어려우니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 화면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광과민성 발작’ 올 수도

눈 건강 외에도 가상현실 체험 시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광과민성 발작은 오랜 시간 불규칙적으로 깜빡 거리는 빛에 자극 받을 때 생길 수 있는 증상이다. 빠른 속도와 현란한 빛으로 움직이는 화면에 노출될 때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발작을 일으킨다. 이에 관련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는데, 1997년도 일본에서 포켓몬스터를 시청하던 어린이 750여 명이 자극적인 섬광 효과로 인해 광과민성 발작 증상을 보인 것.


특히 VR기기와 같은 입체영상의 경우엔 멀미 증상까지 더해져 더욱 위험할 수 있으므로 화면을 보다가 두통,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