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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
정치·경제계 등 각계각층과 시민들은 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김영란법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우리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에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김영란법의 경제적 손실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법이 시행될 경우 연간 약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음식업 8조5000억원, 선물 관련 산업 2조원, 골프업계 1조1000억원 등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으로 인해 고가의 술을 취급하는 주류업계와 골프업계, 외식업계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법이 시행되는 9월28일부터 100만원을 넘는 금품 등이나 향응을 받으면 처벌을 받는다.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도 받을 수 없다.
금전 뿐만 아니라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제공,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교통, 숙박 등 편의제공이 모두 규제 대상이다.
당장 고급음식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한정식집 관계자는 "우리 가계는 정·재계 인사들이나 변호사, 검사 등의 예약이 70%가 넘는 집"이라면서 "김영란법이 9월부터 시작되면 매출이 반토막 수준을 넘어 가계 '존폐' 위기로 몰릴 것같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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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서 합헌으로 결정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황태수 사무총장이 한우 5만원 세트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
또한 그는 "골프장에서 접대가 주로 이뤄지는데 규제가 강화된다면 내기골프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접대를 하려는 사람은 받는 사람에게 일부러 골프를 져주면서 거액의 내기 골프비를 지출할 것. 이는 법으로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비위축 정도가 미미할수도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룸살롱, 골프장, 고급 외식업 등 타격을 받는 업종이 있는 반면 대체 상품의 매출증가와 절감한 돈의 대체 집행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
재계 관계자는 "10만원의 접대비가 마련돼 있다면 선물을 구매할 순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금액을 모두 소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면서 "유통가에서도 아마 적절한 대체상품이라던지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해도 또 다른 편법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청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법에 걸리지 않는 접대법 등의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김영란법의 접대규제는 허점이 있다. 청탁자가 접대한 뒤 계산하고 현장단속이나 고발을 당하게 되면 각자 먹은 비용을 나눠 송금하기로 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또한 아예 청탁자가 현금을 접대자에게 계산 전 미리 지급해 계산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또 3만원 이내에서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계산하면 사실상 규제는 힘들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오는 9월 28일 법의 본격 시행전 일부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김영란법이 또 다른 지하경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