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이유는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휘발유로 가는 자동차와 전기로 가는 자동차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성장할지 모른다면 눈 딱 감고 두 회사 주식을 모두 사면 된다. 100개의 주식에 분산투자하면 자금을 하나의 기업에 모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100의 제곱근인 10배로 줄어든다. 단 이렇게 분산투자로 위험을 줄이려면 가정이 필요하다. 모든 회사의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이 서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분산으로 주식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듯이 한 나라의 경제도 다른 여러 나라와 연결될 경우 더 안정적일 수 있다. 한 나라가 오로지 미국과만 경제적인 관계를 맺었다면 미국에 생긴 갑작스런 변화는 그 나라의 경제에 즉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마치 한 회사의 주식만 ‘몰빵투자’ 했는데 그 회사가 쫄딱 망한 경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만약 그 나라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와 다양하고 폭넓은 경제관계를 맺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경우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가 중국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그 나라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만약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가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고 제각각 움직이면 글로벌경제의 ‘연결’은 분산투자한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안정성’을 제공한다.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주가가 하나같이 동시에 오르내릴 때가 있다. 주식시장 전체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다. 분산투자는 이 경우 투자 위험을 전혀 줄이지 못한다. 분산투자의 이론적 근거인 개별 주가의 독립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글로벌경제에 편입된 한 나라의 경제는 종종 그 ‘연결’ 때문에 위험해지기도 한다. 어느 한 나라에서 발생한 위기가 그 나라에 전달돼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사실 현실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중국에서 발생한 위기는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중국위기에 영향을 받은 미국을 통해서도, 중국위기에 영향을 받은 미국에 의해 큰 충격을 받은 일본을 통해서도 이중·삼중·사중으로 파급돼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로 전세계 경제 시스템의 상호 연결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스템 금융위기다.

[청계광장] 칼자루, 잘못 잡았다간…

한 사람의 작은 실수가 커다란 재앙을 만들기도, 한 사람의 가슴 따뜻한 미담이 사회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하나로 묶인 전세계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연결은 양날의 칼이다. 평화기에는 안정을, 격변기에는 불안정을 만든다. 이미 하나로 묶인 세계경제 체제 안에서 칼날에 베이기 두려워 ‘연결’의 칼을 놓을 수도, 두렵다고 칼자루를 남에게 맡길 수도 없다. 칼자루를 잘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