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리우드 스타들은 파파라치 샷에 항상 등장하던 명품백과 하이힐 대신 운동복을 멋스럽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선다. <맘마미아>의 여주인공으로 각인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파파라치 사진들은 대부분 편한 운동복을 입고 애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더 사랑받는 모델 미란다 커가 내한했을 당시 어떤 멋진 옷을 입을지 기대됐는데 그녀는 평범한 운동복으로 반전 매력을 뽐냈다.

해외스타뿐만 아니라 국내스타들도 운동복으로 건강미를 뽐낸다. 대표적으로 배우 고준희는 한 스포츠의류브랜드 모델로서 드레스보다 해상스포츠용 래시가드가 더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배용준의 그녀 박수진의 경우 몸매를 드러내는 운동복으로 애플힙을 뽐내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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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복이 일상으로, 패션으로…
국내외 스타들이 운동으로 건강미를 내세우는 건 과거에도 흔히 있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스타들의 운동복 트렌드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운동복은 더 이상 운동할 때만 입는 옷이 아니다. 저녁모임에도 입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스타일리시하게 변했다.


최근 길거리에서도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소화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무릎 나오고 목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을 상상한다면 구식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형광색 운동화에 운동용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운동복은 몸에 밀착돼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 있는 몸매를 뽐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바른 이미지까지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최근의 스포티한 의상들은 일상복보다 화려한 디자인을 장착했으며 몸매를 탄력 있게 잡아주는 시각적 효과까지 갖췄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애슬레저'(athlesure)라고 부른다. 운동의 애슬레틱(Athletic)과 여가의 레저(leisure)가 결합된 신조어다. 운동과 여가 시간에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신개념 운동복인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기능성 의류의 발전과 더불어 애슬레저도 각광받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애슬레저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9년 국내 애슬레저시장이 5000억원 남짓이던 것에 비하면 7년간 3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2009년 이후 성장이 정체된 여성복시장과는 대비된다. 애슬레저시장은 매년 꾸준한 성장을 보여 2018년에는 2조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굳이 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간편하게 입기 위해 애슬레저 의류를 선택하는 시대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애슬레저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파자마, 트레이닝복 등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들도 애슬레저 의류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패션업체들도 애슬레저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패션업체에서 애슬레저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았으며 일부 패션업체는 기존 브랜드 콘셉트 자체를 편리함과 스타일리시를 동시에 추구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나 SPA브랜드는 물론이고 샤넬, 구찌, 크리스찬디올 등 명품브랜드도 자사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애슬레저시장에 진출했다.


[시시콜콜] '운동복 패션' 끝판왕은?

◆애슬레저 선도하는 기업들
이런 흐름은 최근 하나금융투자가 분석한 ‘스포츠 의류 세대별 진화과정’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스포츠 의류시장을 총 3세대로 구분했다. 1세대 스포츠 의류는 해당 운동에 최적화돼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골프복, 요가복, 수영복 등으로 구분이 명확했다.

그러다 2세대 스포츠 의류로 넘어오면서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됐다. 최근 5년간 불어닥친 아웃도어 의류 열풍이 바로 2세대 트렌드다. 자식들은 부모님께 밝은 컬러의 기능성을 갖춘 등산복을 선물했다. 부모들은 깔끔하고 착용감도 편한 등산복을 산을 탈 때도 입지만 주말에 편하게 외출할 때도 착용했다.

3세대 스포츠 의류는 운동복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 자체에 변화를 줬다. 3세대는 애슬레저를 중심으로 운동복이 생활 속 패션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트렌드를 대표한다.

이는 미국에서 먼저 생겨났다. 우리나라보다 더 편한 것을 선호하는 미국의 의류문화 자체가 애슬레저 발달에 한몫했다.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부터 미국의 패션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 갭 등도 애슬레저 의류 보급에 앞장섰다.

스포츠웨어브랜드인 룰루레몬도 애슬레저의 중심에 있다. 국내에도 지난해 청담동에 이어 올 가을 코엑스몰에 룰루레몬이 매장을 오픈한다. 국내 애슬레저시장의 성장성을 노린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애슬레저, 내가 제일 잘나가' 리포트에 따르면 해외 기업 중에서는 나이키와 갭, 룰루레몬, 언더아머, 유니클로 등이 관련 기업으로 꼽혔다. 특히 언더아머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과 함께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국내 애슬레저 관련 기업으로는 SPA브랜드 ‘데이즈’로 제품을 생산하는 이마트,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의 영원무역, 아동용 애슬레저시장에 진출한 한세실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헤드 에고를 통해 애슬레저시장에 나선 코오롱인더, 여성 의류 ‘커밍스텝’과 제품을 출시하는 휠라코리아, 프로스펙스의 LS네트웍스, 애슬레저 전문 브랜드 ‘리그’를 론칭한 베이직하우스, 스포츠웨어브랜드 ‘3S’의 남영비비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자회사 갤럭시아 코퍼레이션을 통해 미국의 언더아머를 판매하는 효성은 애슬레저 원단인 스판덱스 원사의 글로벌시장 40%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