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재밌는 볼거리는 싸움구경이라 했던가. 스마트폰업계에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각 아이폰과 갤럭시로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면 완구업계에는 손오공과 영실업이 있다. 두 기업은 각각 ‘터닝메카드’와 ‘또봇’으로 완구시장을 점령해 레고와 반다이로 대표되는 해외업체를 압도하는 저력을 선보이며 경쟁 중이다. 


◆손오공 ‘탑블레이드’에 영실업 ‘또봇’으로 반격

손오공은 지난 1996년 설립, 2005년 상장에 성공한 국내 매출 1위 완구업체다. 영실업은 출판사인 계몽사의 자회사로 1981년 설립된 장난감회사다. IMF 외환위기 때 계몽사가 망하면서 잠시 매각됐다가 1981년 설립멤버들이 다시 뭉쳐 2004년 재창업했다.


창립 초기 두 기업은 주로 해외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의 영업을 진행했다. 먼저 일본 애니메이션회사와 수입계약을 맺고 방송국에 방영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관련상품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완구제품을 시장에 내다 파는 형식이다.


손오공 '킹가이즈' . /사진제공=손오공
손오공 '킹가이즈' . /사진제공=손오공

두 기업의 경쟁 시초는 영실업이 2004년 재창립하기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오공은 2001년 일본 타카라와 제휴해 팽이 형태의 장난감 ‘탑블레이드’를 출시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해당 제품은 1700만개 이상 판매되며 단일품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탑블레이드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 영실업이 ‘또봇’을 출시하면서 완구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당시 완구시장에서 로봇제품으로 큰 재미를 보던 기업은 일본완구업체 반다이로 '파워레인저'를 통해 2002년부터 로봇시장에서 사실상 원톱으로 군림했다. 특히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시리즈는 국내에서 품귀현상을 보이며 초대박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과 자동차를 결합한 형태인 또봇으로 국내 로봇완구시장의 패권을 영실업이 가져왔다. 2010년 4월, TV 애니메이션 방영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또봇으로 영실업의 매출규모는 2009년 208억원에서 2013년 761억원으로 3배 넘게 상승했고 2014년에는 1174억원으로 껑충 뛰며 업계 1위 자리를 꿰찼다.

반면 당시 손오공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대표제품이던 탑블레이드는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아이들이 변신형로봇에 열광하던 시기(2012~2014년) 손오공은 적자를 기록하며 극심한 부침에 시달렸다. 상장폐지도 거론됐다. 비슷한 형태의 제품인 ‘헬로카봇’을 출시했지만 당시에는 또봇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영실업 '애슬론 토네이도'. /사진제공=영실업
영실업 '애슬론 토네이도'. /사진제공=영실업

◆터닝메카드 전성시대 ‘활짝’… 손오공, 최대실적
손오공의 반격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야심차게 출시한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2013년 11월 출시)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영실업의 성공가도에 태클을 걸었다.


완구매출의 척도를 가늠하는 시기는 5월 어린이날 시즌이다. 롯데마트의 2014~2016년 어린이날 시즌 매출순위를 살펴보면 손오공의 반격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에는 영실업의 또봇 시리즈가 1~4위를 장악했으며 나머지 순위도 레고 제품이 주를 이뤘다. 손오공의 제품은 10위 안에 들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손오공의 헬로카봇이 2위로 진입했으며 터닝메카드 시리즈 제품들도 10위권 내에 5개 제품이나 랭크됐다. 반면 영실업의 또봇은 7위 한자리만 차지했다. 올해 역시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가 10위권 내에 6개 제품이 포진한 반면 영실업은 단 2개의 제품이 7위와 8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터닝메카드의 인기는 신드롬급이었다. 일반적인 변신형로봇이 아니라 완구제품에 카드를 장착하면 자동으로 로봇변신이 이뤄지는 터닝메카드에 아이들은 열광했다. 단순히 로봇을 갖고 노는 것이 아니라 배틀카드를 통해 친구들과 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점, 완구를 소형화해 가격을 낮추고 40여종이 넘는 제품을 출시한 전략 등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터닝메카드는 제품이 소형화돼 가격이 1만~2만원대지만 40여종이 넘는 제품을 모두 수집하는 재미를 아이들에게 주입한 점이 특징”이라며 “헬로카봇도 타깃 소비연령을 영실업의 또봇보다 1~2세 낮춰 소비층을 넓히는 전략이 통했다”고 밝혔다.

터닝메카드의 인기에 힘입어 손오공은 지난해 매출 125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헬로카봇의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되며 터닝메카드와 함께 손오공의 실적을 이끄는 ‘투톱’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 업체, 새로운 콘텐츠 개발 따라 운명 갈릴 듯

영실업은 최근 한찬희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전인천 신임 대표가 취임하는 등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영실업은 지난 3월 일본 완구업체 타카라토미(전신 타카라)의 팽이 완구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판권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시장 판매에 돌입했지만 반응이 미지근한 상황이다. 과거 큰 인기를 모은 팽이 완구로 국내시장에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였지만 또봇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한국완구협회 제품개발위원회 관계자는 “아이들의 장난감은 TV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에 따라 유행제품이 금방 바뀔 수 있다”며 “지금은 변신형로봇이 대세지만 앞으로 또 어떤 제품이 업계를 선점할지 모르는 일이다. 두 업체 모두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로 새로운 제품을 준비해야 해외업체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