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손해율 관리를 위해 마일리지 할인율을 대폭 높여 ‘우량고객’ 확보에 나섰다. 반면 ‘불량물건’으로 분류된 고객의 보험가입 심사는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해마다 공동인수 물건이 크게 늘었지만 계약포스팅 낙찰건수는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낙찰된 건수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지난 4~5월에 올랐던 자동차보험료가 하반기에 추가 인상될 것으로 보여 운전자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우량고객 모아 손해율 개선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다. 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손해율 변화가 없었으나 올 상반기 79.8%로 전체 손보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86.9%에서 80.9%, 동부화재는 85.1%에서 82.3%, KB손보는 84.9%에서 81.4%, 메리츠화재는 90.4%에서 84.1%로 손해율을 크게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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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실적개선의 ‘핵심’으로 부각됨에 따라 손보사들은 마일리지특약을 확대하며 우량고객 선점에 나섰다. 마일리지특약은 자동차 운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으로 운행량이 적을수록 보험료 할인 폭이 커진다.
우선 KB손보와 롯데손보가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할인율을 확대했다. KB손보는 주행거리 4000km 이하의 경우 기존의 20%에서 22%로, 1만km 미만은 14%에서 15%로 할인율을 높였다. 기존에 없던 2000km 이하 구간도 신설해 23% 할인해준다.
롯데손보는 주행거리 3000km 이하, 5000km 이하, 7000km, 1만km 이하의 경우 할인율을 7.7~11.2%로 높였다. 2000km 이하, 1만2000km 이하 구간도 신설해 각각 32%, 7% 할인해준다. 지난 6월 한화손보와 메리츠화재도 할인 폭을 확대한 마일리지특약을 출시했다.
현대해상도 마일리지 할인율 확대를 검토 중이다. 지금은 3000km 이하 주행자에게 보험료를 22% 할인해준다. 이밖에 삼성화재는 2000km 이하 주행 고객에게 보험료를 23% 할인해준다.
이처럼 손보사가 마일리지특약을 확대하는 것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적은 우량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하는 사람은 대체로 주행거리가 짧아 사고를 거의 내지 않는다.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되는 우량고객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우량고객 확보를 위해 구간별로 마일리지 할인율을 세분화하고 확대하는 추세”라며 “운행량이 적은 우량고객 확보가 손해보험사 수익성 강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마일리지 할인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보사들은 지난 4~5월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자동차보험료 인상 릴레이를 펼칠 조짐이다. 이미 지난 7~8월 삼성화재와 MG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했다.
삼성화재는 7월 말부터 두번째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할인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기존 차량 가입자가 신규로 개인용 혹은 업무용자동차를 구매해 추가로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0.48%(개인용), 0.35%(업무용) 비싸지는 식이다. 이는 손해율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MG손보는 지난 5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5.4% 올린 데 이어 8월 초 온라인 예정사업비율 조정 등의 이유로 다이렉트 차보험료를 인상했다. 대인배상Ⅰ은 개인용·업무용의 경우 6.1%, 영업용은 5.9% 올렸으며 대인배상Ⅱ·대물배상·자기신체사고·무보험차상해·자기차량손해 담보는 개인용·업무용 6.4%, 영업용 6.1%를 인상했다.
더케이손보도 지난 7월25일부터 영업용 자동차보험에 한해 대인배상Ⅰ 1.2%, 대인배상Ⅱ 22.7%, 대물배상 25.2%, 자기신체사고 1.7%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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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포스팅제 ‘있으나 마나’
반면 불량물건으로 분류된 소비자의 경우 보험갱신이나 가입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피계약’이라 불리는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다. 공동인수는 사고율·사고이력 등을 토대로 사고위험도가 높아 개별 보험사가 단독인수를 거절한 보험계약 건을 전체 손보사가 위험을 일정 부분 분담해 인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동인수 대상이 되면 일반적으로 15%(참조요율 대비) 할증된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공동인수 물건은 2013년 1만6918건에서 2014년 3만7149건, 지난해 13만427건으로 해마다 폭증했다. 올해에는 4월까지 이미 5만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공동인수 건수는 13만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들이 심사를 강화하면서 공동인수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계약포스팅 낙찰건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7월까지 계약포스팅 등록건수 273건 중 낙찰건수는 0건으로 집계됐다. 계약포스팅이 첫 시행된 2013년에는 536건의 등록건수 중 142건이 낙찰받았으나 2014년에는 등록건수 765건 중 37건, 지난해에는 648만건 중 15건으로 낙찰건수가 급감했다. 갈수록 공동인수 물량이 늘어나는 데 반해 낙찰건수는 거의 없다시피한 셈이다.
계약포스팅은 사고가 많은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공동인수되기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공개입찰해 낙찰되면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로 2013년 처음 시행됐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정작 소비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낙찰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보험사가 불량물건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사실 공동인수까지 넘어와 계약포스팅에 올라온 물건은 대부분 불량물건인데 이를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이런 (불량)물건을 가져올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뿐 아니라 공개입찰을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소비자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설계사들도 자신의 고객이 타사로 돌아설 가능성을 염려해 굳이 이 제도를 소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내 공동인수 대상이 된 소비자는 개별 보험사에 자동차종합보험을 가입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